조성진 정치부 차장

충무공 이순신의 본관은 덕수(德水)다. 올곧은 성정으로 인해 승진과 좌천을 거듭한다는 소문을 들은, ‘덕수 이씨’ 율곡 이이가 한번 보자고 했다. 당시 이이는 이조판서였다. 충무공은 같은 집안이니 만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율곡이 인사를 책임지고 있어 어렵다며 거절했다. 19촌 사이인 둘이 만나더라도 당시 기준으로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충무공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서였을 테다.

충무공의 일화는 내란 사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와 너무 대비된다. 여당은 거침이 전혀 없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3대 특별검사’ 임명 건이다.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만 참여해 특검 후보를 골랐고, 전례 없는 권한을 줬다. 수사팀 규모, 수사 기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길다. 사실상 수사 대상도 특검이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인력, 수사 기간이 부족하다며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중립이나 공정성 따위는 버린 지 오래다.

민주당은 나아가 재판마저 ‘내 입맛대로’를 외치고 있다.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의 설치를 밀어붙일 태세다. 박찬대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 범여권 의원 115명이 공동 발의한 내란특별법은 내란 사건에 대한 1·2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한 특별재판부가 전담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는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사법부 일부 판사들이 보이는 형태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 등을 언급했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뜻대로 움직이는 재판부를 만들겠다고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3권 분립이라는 헌정 질서까지 위협받자 법원행정처는 사법권 독립 침해, 재판의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신뢰 저하 등을 우려하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행정처는 “법관을 임의로 혹은 사후적으로 정할 경우,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돼 국민과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에는 마이동풍일 것이다. 오히려 행정처의 정당한 지적을 두고, ‘법원이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증거’라고 억지 주장이나 펼치지 않으면 다행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형배 전 헌재소장 대행은 언론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탄생하면 정부와 국회 사이에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해야 된다. 그게 민주주의다’라고 쓴 것”이라며 “관용과 자제는 이 정부 아래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어떠한가. 여당은 ‘관용과 자제’에 더 관심이 없어졌고,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는 한층 강화됐다. 헌재의 당부가 무색하게도, 민주주의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조성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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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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