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케데헌이 드러낸 세계 IP 전쟁

디즈니 라이선싱 전략 교과서

일본 총리주재 국가 차원 전략

 

넷플에 맞설 국내 플랫폼 절실

국가 콘텐츠별 최적 활용 지원

전 분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1927년, 월트 디즈니는 뼈아픈 경험을 한다. 유니버설 픽처스와 함께 애니메이션 ‘트롤리 소동’을 만들어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캐릭터 오스월드 더 러키 래빗은 대중적 열풍을 일으킨다. 그러나 디즈니는 제작, 유니버설은 투자와 유통으로, 판권은 고스란히 유니버설에 넘어갔다. 이후 디즈니는 ‘판권 소유’를 절대 원칙으로 삼는다. 이듬해 절치부심해 만든 미키 마우스를 시작으로 모든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Right)을 소유·관리하는 모델을 만든다. 1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다. ‘오징어게임’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보듯이 넷플릭스가 제작비만 지불하고 관련 IP를 독점하는 구조 탓에 제작사는 빅히트작을 내고도 수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미국 특허청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음원·뮤직비디오 등 2차 콘텐츠는 물론 완구부터 디지털 콘텐츠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는 라이선싱 전략으로 디즈니식 모델의 신호탄이다. 전 세계 라이선싱 1위인 디즈니는 영화든 애니든 어느 정도 성공하면 장난감부터 테마공원까지 최소 100여 개, 많게는 수만 종의 상품을 판다. 가능한 모든 상품의 완결형 생태계 구축이다.

세계는 IP 전쟁이다. 넷플릭스의 ‘케데헌’ 예상 수익은 10억 달러 정도지만 매우 보수적인 계산이다. ‘케데헌’과 비교되는 디즈니 애니 ‘겨울왕국’의 경우 영화 수익은 27억 달러였지만 IP 파생상품 수익은 105억 달러 이상이었다. 한국에서 흥행 몰이 중인 일본 애니 ‘귀멸의 칼날’도 전편인 2021년 극장판 영화 수익은 517억 엔이지만, 각종 사업 수익은 2700억 엔에 이른다. 콘텐츠 수익보다 저작권·특허·상표·디자인 등을 활용한 수익이 훨씬 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가 화제가 됐다. ‘전 세계 IP 기업 50’에 한국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미국은 디즈니 등 32개, 일본은 포켓몬 등 7개, 중국·프랑스는 각 2개다. K-콘텐츠의 세계적 열풍으로 들떴지만, 이를 상품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아쉽지만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역사가 짧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 주재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해 매년 IP 전략을 수립하며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포켓몬, 산리오, 도에이 등이 글로벌 IP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힘이 됐다. 포켓몬은 게임에서 시작해 애니, 카드, 굿즈, 테마파크 등 수천 종의 파생상품을 내놓고 있다.

K-콘텐츠에 힘입어 우리 IP 수출도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급성장 중이다. 2000∼2024년 연평균 성장률은 11.4%로 세계 평균(8.0%)보다 높다. 우리의 창의력·확장성·팬덤이면 빠른 추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천 슈퍼 IP 확보다. 넷플릭스 사태에서 보듯이 좋은 콘텐츠만큼이나 국내 유통 플랫폼이 절실하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첫걸음이다.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제자리걸음인데, 윈윈하는 협상으로 서둘러야 한다.

확보한 IP의 활용 전략도 절실하다. 아직 경험이 많이 축적되지 않은 만큼 국가별 법제도 차이를 꼼꼼히 검토하고 특허(기술), 상표(브랜드), 디자인(외관), 저작권(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권리를 조합한 IP 포트폴리오 구축이 중요하다. 콘텐츠 기업 중 상당수가 중소기업이기에 해외 출원에 드는 비용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총괄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한국의 IP 정책은 문체부, 과기정통부, 특허청 등으로 분산돼 서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창작자, 제작사, 플랫폼, 유통사 등의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IP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올해 ‘지식재산추진계획 2025’ 캐치프레이즈는 ‘IP 트랜스포메이션’. IP를 보호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활용’과 ‘투자 자산’으로 삼아 ‘수익을 창출하는 지식재산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목표는 2033년 콘텐츠 산업 해외 진출 50조 엔(약 500조 원)이다. 우리 정부의 목표는 2030년 K-콘텐츠 수출 50조 원이다. 50조 대 500조. IP 전략의 차이다. 한국이 콘텐츠 강국을 넘어 IP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최현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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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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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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