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과는 정반대로, 권력을 세습하는 왕조(王朝) 국가로 전락한 지는 오래지만, 이제는 김정은의 12세 어린 딸을 국제사회에 4대 세습 후계자로 내세우는 기괴한 모습까지 보인다. 왕국(Kingdom)을 공식 체제로 채택한 일부 아랍 국가를 제외하면 사회주의·전체주의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비정상’ 정도가 더 심각해졌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일 오후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에 딸 김주애, 그 뒤에 북한 외무상 최선희가 서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플랫폼에 내린 김정은이 영접 나온 차이치 중국공산당 제1서기와 악수하는 장면을 보도하면서 김주애도 부각시켰다.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김주애를 동반하고, 외무상 앞에 세운 것은 후계 권력자가 될 것임을 과시한 것과 다름없다. 김정일도 2010년 8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 26세인 김정은을 데리고 갔다.

이런 의전에 중국 측이 동의한 것은, 4대 권력 세습을 간접적으로 용인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과거 조선 왕들이 중국 황제로부터 세자(후계자) 책봉을 받던 조공(朝貢)관계의 현대판처럼 보여 더욱 씁쓸하다. 이런 비정상 체제의 심화는 최고 권력자의 오판 가능성도 키운다. 북한 도발 가능성에 더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