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이정섭 검사 비위 의혹을 제기한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정섭 검사 탄핵사건 변론기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5월 이정섭 검사 비위 의혹을 제기한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정섭 검사 탄핵사건 변론기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피해자 재심요구 3주만에 기각

가해자 재심요구는 기한 다 채워”

당내에선 피해자들 조롱, 비난

소 취하 종용, 피해자들 당 떠나

“정의는 더디고 불의는 신속해”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당 내 성비위 문제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항의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당의 핵심인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특별사면으로 복귀한 호재에도 당내 혼란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고 확산하고 있어, 향후 당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강 대변인은 이날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국혁신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검찰개혁 공청회가 열리는 날이지만 참담한 현실을 말씀드리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섰다”며 “검찰개혁을 누구보다 절실히 바라 조국혁신당에 입당했지만 떠날 수 밖에 없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당 내에서 발생했던 성비위와 이를 처리하는 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5월 한 조국혁신당 당직자가 본인이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가까이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추행을 당했으며,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진상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국혁신당은 “신고인의 요청에 따라 외부전문기관 위탁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강 대변인은 당이 오히려 가해자에 우호적이고 피해자에 가혹한 처리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 달 당을 떠났다”며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의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 위원장은 지난 9월 1일 제명됐고 함께 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다”며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비위 문제를 여성위 안건으로 올렸던 의원실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는 소 취하를 종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나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며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피해자를 지키려 했던 이는 재심청구 3주 만에 기각, 제명이 확정된 반면 재심을 청구한 가해자는 60일을 꽉 채운 끝에 겨우 제명이 확정됐다”며 “정의는 왜 더디고, 불의는 왜 신속한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3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강미정 대변인의 입당을 축하하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3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강미정 대변인의 입당을 축하하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 대변인은 “게다가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 일부는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이라 조롱했다”며 “문제제기는 ‘옳은 척 포장된 싸움’으로 매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당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그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가장 먼저 이뤄졌어야 할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당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멋지게 해결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우리가 함께 겪은 아픔이 헛되지 않기를,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믿는다”고 탈당 소회를 남겼다.

또 “대변인으로,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또 지역위원장으로 당원 동지들과 함께 흘린 눈물과 기다림을 꽃으로 피워내지 못해 아프지만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후회 없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오늘 이 목소리가 또 다른 침묵을 깨우는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당은 떠나지만, 우리 사회를 혁신하는 길은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의에는 침묵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는 끝까지 증폭시키겠다”고 했다.

박준우 기자
박준우

박준우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27
  • 감동이에요 3
  • 화나요 8
  • 슬퍼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