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내년도 예산안 728조 원은 올해 본예산보다 8.1% 증가한 규모이다.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제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 경제, 모두의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인공지능(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 등 첨단산업 핵심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으로, 국가부채가 1년 새 140조 원이 넘게 증가하게 돼 중장기 재정 운용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경기회복을 전제로 내년 세수가 20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장담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정부가 계획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9조 원으로, 규모도 규모지만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다. 지난 2000∼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9%에서 45.3%로 5배나 늘었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나랏빚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신용평가에도 민감하게 작용한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공공기관 35곳의 빚도 올해 700조 원을 돌파하고 4년 뒤에는 85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캐나다 다음으로 높은 세계 2위 수준인데,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세계 최상위권이다. 돈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는 사람만 늘어 국민연금이 2050년에는 206조 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며, 건강보험도 같은 추세다. 당연히 지출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지출 구조조정 영역으로 계속 지적돼 온 것이 70조 원 규모의 지방교육 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부문이다. 초중고 교육 수요자인 3∼17세 학령인구는 2022년 644만 명에서 2070년 247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칸막이 방식 재정배분 구조로 세수에 기계적으로 교육재정 총량이 결정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걸림돌이 된다. 과거 개발 연대에는 재원이 부족한데도 일정 규모의 교육예산을 보장함으로써 보편교육 확산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제는 재원 낭비의 원흉이다. 지역의 자산인 학교 유지 비용을 지역주민이 부담하지 않고 중앙정부로 전가되는 연성 예산 제약이 주원인이다.
우리는 2000년 이후 학생 수가 감소하는데도 학교를 계속 늘려 왔으나, 일본은 학교 수도 거의 같은 비율로 축소한다. 나아가, 이렇게 교육 수요자 변화 추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기계적 세수 연동 방식의 폐해는 고등교육으로 전가된다. 초·중등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데 반해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약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전체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미 2013년을 기점으로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교육에 추월당했는데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동일 비용으로 더 큰 교육 효과를 내려면 지방교육재정 총량 산정부터 성과평가·환류에 이르기까지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기계적으로 세수에 연동된 교육교부금과 법정전출금(지자체 부담)은 전면 폐지하고, 단위학교 표준교육비용을 총액 배분하며, 예산 편성·집행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재정이 감내할 수 있도록 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의 범위 내에서 지방교육비를 늘리되 학령인구 비중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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