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8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참석했다. 1959년 같은 장소에서 중국 건국 10주년 열병식 이후 처음 재연됐다. 동아시아의 신냉전과 공산 진영의 단합을 상징하는 순간이다. 회고하면, 이들 모임은 동아시아 냉전의 신호탄이었다. 1960년에 중국과 소련의 관계가 악화했지만, 이듬해 이들 모두 북한과 동맹 관계를 맺으면서 ‘북중소 3각’ 체제가 결성됐다. 이번 행사로 역사가 되풀이되는 속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의식은 의전에서도 드러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를 포착한 사진에서 푸틴과 김정은은 늘 그의 좌우에 있었다. 단순한 정치적 상징성을 넘는 의미로 보였다. 2023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와 견줄 만한 전략적 의미가 다분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와 규칙 기반 질서유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약속했다. 그 반면 북중러 3자는 보편적 인류 가치를 고취하고, 정의와 공평 수호를 위해 다자주의, 다극화, 국제관계의 민주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근간한 인류 운명 공동체 구현에 앞장서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에 덧붙여 시 주석은 이날 만찬 자리에서 ‘순간의 강약은 힘에 달렸지만, 천추의 승패는 이치(도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힘(미국)은 잠시 권세를 가릴 수 있지만, 시대를 초월한 옳고 그름과 원칙(이치)이 결국에는 승패를 (중국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추구하고 주도하는 인류 운명 공동체가 단기적인 힘보다는 장기적인 원칙과 정의의 중요성을 갖기 때문에 권력이나 힘이 잠시 지배하더라도 결국 진리가 승리할 것이란 신념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과 뜻을 같이하는 세력을 진리로 묘사한 셈이다. 미국의 J D 밴스 부통령이 2024년 뮌헨안보대화에서 중국과의 경쟁 기간을 40년으로 정의한 관점에 대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북중러 3각 체제가 이번 전승절로 더욱 공고해지면서 신냉전의 막은 올랐다. 역사의 교훈을 거울삼아 이들은 과거의 과오를 피할 모양새다. 모두가 핵을 보유했고 북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혈맹’임을 입증한 상황에서 한미일에 대적할 능력 함양을 위해 정진할 것이다. 즉, 3자의 경제력 증강을 위한 협력에 집중할 것이다. 이런 구상은 2023년 김정은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과 2021년 이후 중러의 정상회담에서 이미 드러났다. 지난해 중러는 공동성명에서, 국제법적 근거와 유엔의 권한 부여 없는 내정간섭 수준의 일방적인 제재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서방의 대러·대북 제재를 무시하면서 경제 협력을 해 나갈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코로나19 빗장을 풀면서 중러와 경제 협력에 집중할 수 있다.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면서 이들의 몸값도 올랐다. 이제 더는 경제 인센티브로 이들을 유인하기가 어렵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국익과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추상적인 한반도 평화론으로는 전략 수립이 어렵다. 이제는 진영 싸움이다. 진영 내에서 우리의 자강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도 과거를 교훈 삼아 미래 전략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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