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해킹 사태로 SK텔레콤이 통신 요금을 50% 감면한 데 따른 착시현상을 걷어내면 생활물가 고공행진이 심상찮다. 폭염과 폭우로 농축수산물이 4.8% 올랐고, 심리적 마지노선인 6만 원을 뚫은 쌀값도 문제다. 20㎏ 한 포대에 6만294원으로 전년 대비 11%나 올랐다. 정부는 “유통업체들의 벼 확보 경쟁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쌀 생산량은 예상 소비량보다 12만8000t 많았다. 문제는 정부가 햅쌀 36만t을 비축용으로 매입한 뒤 농가 소득 안정을 내세워 26만t을 추가로 시장에서 격리한 때문이다. 양곡법 시행을 앞두고 과도하게 농민 눈치를 보는 바람에 ‘공급 과잉 속 가격 폭등’의 기현상이 빚어졌다.
최근의 ‘990원 소금빵’ 소동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가 빵집을 열고 소금빵을 시중 가격의 절반 이하에 팔자 자영업자들로부터 ‘우리가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비난을 받았다. 슈카월드는 “싼 빵을 만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싸고 좋은 걸 만들면 박수 받아야지 왜 비난을 듣느냐”며 “이러면 누가 혁신 경쟁에 뛰어들겠냐”고 비판했다. 합당한 지적이다. 이런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에는 높은 인건비와 비싼 임대료 외에도 복합적 원인이 깔려 있다. 정치권은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워 빵집을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묶어 놓았다. 핵심 재료인 설탕도 30%의 높은 관세 장벽으로 대기업 3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한 상태고, 계란 역시 생산자 단체가 정한 ‘희망가격’ 기준으로 책정된다. 우유도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돼 미·일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정치적 과보호 속에 서민의 주식인 쌀·빵 값이 세계 최고로 치닫는 것은 우리 경제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그 역풍으로 싸고 질 좋은 대전 성심당 빵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민생이 딴 게 아니다. 소비자가 싸고 질좋은 먹거리를 소비하도록 하는 게 최고의 정치·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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