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배경 등장한 케데헌 히트

외국인관광객 늘었지만 불만족

“명동역서 15분 올라가야하고

왕복 1만5000원 이용료 비싸“

 

서울시, 남산곤돌라 설치 두고

민간 케이블카 업체와 소송중

글·사진=이승주 기자

지난 1일 오후 남산 케이블카를 탄 외국인들이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남산 케이블카를 탄 외국인들이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Namsan cable car, so so(남산케이블카, 그저 그래요).”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로 서울과 남산을 찾는 외국인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한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남산의 낡은 케이블카가 이들에게 되레 안 좋은 인상을 주며 케데헌 효과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남산 케이블카 탑승장. 남산타워로 올라가는 수단인 케이블카 탑승객들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매표소 한 직원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탑승객 거의 80% 이상이 외국인”이라고 했다. 기자가 탄 케이블카에도 15명 중 12명이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남산 케이블카와 남산타워 등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부분 케이블카에 대해 ‘그저 그랬다’거나 심지어 ‘덥고, 짜증났다(annoying)’고 하는 등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들은 서울의 주요 여행지인 명동에서 걷거나 택시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고 했다. 남산 케이블카를 탑승하려면 지하철 명동역에서 400m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이 길이 가파른 언덕길이라 성인 기준 15분은 걸어야 한다.

이날 만난 러시아 출신 안나(26)와 루시아(26) 씨는 케이블카 안에서 굵은 땀방울을 연신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날씨도 더운데 지하철역에서부터 한참 걸어와야 해서 짜증이 났다”며 “탑승장만 시원했고, 정작 케이블카 안은 에어컨이 안 나와서 너무 덥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온 데키타(22) 씨는 “뉴욕에서 한국 인기가 엄청난 데다, 케데헌을 본 뒤 서울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방문했다”며 “하지만 남산 케이블카는 가격(성인 기준 왕복 1만5000원)에 비해 타는 시간(약 3분)이 너무 짧고, 보이는 풍경도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들 사이에서 남산의 인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남산타워를 찾은 외국인은 22만5210명이다. 특히 연초인 1월(1만5251명)과 케데헌 방영 이후인 7월(5만2580명) 방문객 수를 비교하면 244.8%나 증가했다. 하지만 불편한 케이블카가 외국인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남산 케이블카의 단점을 보완하고 관광객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남산 곤돌라’ 설치를 추진했지만, 케이블카 운영사 한국삭도공업이 소송을 내면서 1년 가까이 공사가 멈춘 상태다. 새로운 남산 곤돌라는 예장공원에서 출발하는데, 명동역 10번 출구에서 예장공원까지는 170m로 걸어서 3분이면 갈 수 있다. 시는 곤돌라 이용 요금도 기존 케이블카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예정이었다.

이승주 기자
이승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4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6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