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백종원이 시험대에 섰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가 각종 논란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그를 다시 시청자 앞으로 불러세웠다. 넷플릭스는 묘한 말로 공개 강행을 선언했다.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겠다”는 것. 일견 겸허한 태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기만에 가깝다.

우리는 방송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 연출과 편집, 서사와 캐릭터가 정교하게 설계된 틀 안에서 시청자의 인식은 이뤄진다. ‘흑백요리사 시즌1’의 출연진이 공개됐을 때, 요식업자인 백종원이 기라성 같은 요리사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으로 적합한가 하는 자격 논란이 일었다. 시즌1 방송 초반 눈을 가린 백종원이 참가자 요리의 재료와 취지를 맞추며 그의 방대한 지식과 섬세한 미각이 화제가 됐고, 자격 시비는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렇지만 현재 백종원에겐 많은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원산지 허위표시 및 농지법 위반 의혹에 위생 문제도 구설에 올랐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 가맹점주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그는 이제 ‘종합상사’가 돼 해외에 소스를 팔겠다고 공언했다. 그 사이 소탈한 전문가이자 공익을 추구하는 성공한 사업가란 백종원 ‘영웅 신화’는 폐기됐다. 대신 그의 말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 그가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나 있느냐는 ‘괴담’이 넘쳐난다.

‘시청자가 판단한다’는 구호는 대중의 판단이 가장 공정한 절차인 것처럼 포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책임 소재를 흐리는 말에 가깝다. ‘흑백요리사2’를 촬영할 당시 이미 백종원은 여러 의혹에 직면한 상태였다. 지난 5월 그가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을 때, 촬영 중인 프로그램이 ‘흑백요리사2’였다. 결국 각종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자의 반응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행태다.

‘흑백요리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사들이 오로지 맛으로 승부를 펼치는 경쟁의 장이다. 시즌1의 성공 비결은 현실에선 이뤄지기 어려운 ‘공정’에 있었다. 저명한 ‘백수저’ 요리사들은 ‘안대 심사’ 등을 거쳐 비주류 ‘흑수저’ 요리사들에게 판판이 깨져 나갔다. 방송인 백종원은 이번에도 공정하고 유능한 심사위원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할 것이다. 그렇지만 각종 논란을 달고 있는 현실 속 요식업자 백종원은 다르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 대부분은 방송인 백종원의 모습에서 현실의 백종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불일치를 우리는 용인할 수 있을까. 방송이 공개될 12월에 판가름날 것이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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