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없었던 일이라며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후, 범인들이 정말 유괴에 성공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최근 유괴 미수 사건이 벌어졌던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경찰이 신고를 받아 현장 확인을 하고도 ‘오인 신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괴 미수 사건은 실제로 벌어졌고, 뒤늦게 범인들이 잡혔다.

강력범죄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할 경찰의 안일함에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은 앞서 2일 문화일보의 유괴 미수 사건 최초 보도에 대해 “이미 확인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말을 바꿔 사건 용의자 3명을 긴급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들은 차를 타고 3회에 걸쳐 초등학생 4명에게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접근해 유인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최초 신고 당시,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은 피해자 및 신고자가 어린 아동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경찰은 피해 아동이 알려준 차량과 실제 범행 차량의 색상·차종 등이 달라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피해 아동은 흰색 스타렉스 차량이라고 증언했으나, 실제 용의자들이 탄 차량은 회색 쏘렌토였다. 그러나 경찰은 공포에 질린 어린 아동이 차종 등을 헷갈릴 여지가 있다는 점을 참고했어야 했다. 또 해당 동선 외에도 인근 초등학교 주변을 모두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

수사 과정의 어려움보다는 피해자가 어린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신뢰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경찰에 묻고 싶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서는 무엇보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아이의 ‘입’과 부모의 걱정을 부풀려진 일 정도로 치부하고 늦장 대응을 하다간 강력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저출산 대책이 연일 논의되고 있지만, 더 시급한 것은 지금 있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지 않겠는가.

유현진 기자
유현진

유현진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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