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최악의 강릉 가뭄 사태는 ‘물그릇’과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똑같이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어느 도시는 극심한 물 부족에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이웃 도시는 물 축제를 벌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 국민에게 소개됐다. 실제 만성적 물 부족 도시였던 강원 속초시는 이번 여름 한 달 넘는 갈수기에도 불구하고 가뭄 피해가 없다. 1990년대 수시로 제한급수를 경험한 속초시는 1998년과 2021년 두 개의 지하댐을 건설하는 등 물그릇을 대대적으로 키워 60여만 t의 물을 확보했다. 반면, 강릉은 이제야 지하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강릉도 물 부족을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2002년부터 주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댐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일부 상류 지역이 수몰되고 생태계가 훼손된다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치자 2004년 강원도가 개입해 댐 개발을 중단시켰다. 그때의 갈등과 저항을 극복하지 못한 잘못이 결국 20년 뒤 후손들의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가뭄이든 수해든 물그릇을 키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진리다. 요즘 같이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는 시대에선 키울 수 있다면 더 키워야 한다. 2006년 중국 양쯔강 싼샤댐, 2010년대 네덜란드의 ‘룸 포 더 리버(Room for the River)’ 등은 대규모 댐 건설이나 준설을 통해 물그릇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인류의 삶을 평화롭게 한 대표 사례다. 4대강 사업을 아무리 ‘녹조라떼’라고 깎아내리려고 해도 여름철마다 걱정하던 홍수나 가뭄의 고통을 날려버린 치수 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 올여름 충청권의 물 폭탄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도 물그릇을 키운 덕이다. 1년 전 대규모 수해를 입었던 대전시는 만성적인 환경단체의 반대를 이겨내고 올해 초부터 3대 하천을 대대적으로 준설했다.

물그릇을 키우는 과정에서 저항과 반대는 빠지지 않는다. 일부 주민의 거주지 이전이나 환경 훼손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정부라면 저항에 굴복하기보다는 피해 주민들에게 대안을 찾아주고 보상하며 목적이 달성되도록 유도해야 옳다. 특히, 정치 지도자라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충남 서남부권의 상습적 물 부족 해소 대책으로 추진하던 청양 지천댐 건설을 다루는 환경부의 행보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전 정부에서 어렵사리 정리하던 사업이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새 대통령과 장관이 들어서자 사실상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곧바로 지역사회는 다시 벌집을 쑤신 꼴이 됐다. 자칫 충남의 숙원인 지천댐 사업은 백지화할 위기에 처해 있다. 보나 마나 정부는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을 찾겠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키울 게 뻔하다. 반도체 단지가 들어서 있는 충남은 물이 더 필요한 지역이다. 2015년 청양군 등 충남의 8개 시군엔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까지 시행된 적이 있다. 이처럼 물그릇을 키워야 할 대의명분이 옳다면 정권에 상관없이 갈 길은 가야 한다. 가는 길이 거칠다고 포기하면 그 대가는 언젠가 몇십 배의 고통으로 되돌려받는다는 것이 강릉 가뭄 사태의 교훈이다.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기자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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