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열흘 만에 발생한 미 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는 72년 동맹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쇠사슬 연행’은 당사자와 한국민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기도 하다. 미 이민 당국 등이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한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구금자를 불법체류자로 몰며 작전을 옹호했던 지난 5일 발언에 비해 유화적이지만, 한미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비자 문제다. 미측의 비자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면, 앞으로 또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게 뻔하다. 미 당국은 전문직 비자 발급에 까다롭고, 미국에선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공장 건설 등을 위해 한국 인력을 편법 동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간 한미 당국이 이런 상황을 묵인해왔던 이유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부터 한국인 전문 인력 대상 별도 비자쿼터(E4비자) 신설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한미 FTA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허용된 전용 취업비자 쿼터는 2000명뿐이다. 미국과 FTA를 맺은 호주 1만500명, 싱가포르 5400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한미 양국이 즉각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투자로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고 있다는 것을 임기 내 가시적 성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비자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3500억 달러 투자 펀드와 비자 문제를 패키지로 하지 않은 게 패착이다. ‘마스가(MASGA) 성공을 위한 비자 동맹’부터 제안했어야 했다. 이번 문제는 오래 전부터 예고됐다는 점에서, 외교 당국과 주미 대사관 책임도 무겁다. 이제라도 외교력을 집중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전문 인력에 대한 특별 비자 행정명령을 내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의 대미 투자 이행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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