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우의 Deep Read - 與 ‘언론개혁’ 법안
與 언론개혁안, 헌법상 표현의자유·과잉금지원칙 위배… ‘위축효과’로 언론의 감시 기능 훼손
‘실질적 악의’ 없는 오보에 ‘N배 배상’ 안돼… 기본권 제한 최소화하는 언론개혁 입법 돼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위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언론관련법의 제(개)정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언론개혁’ 법률안들은 헌법적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와 ‘침해 최소성 원칙’ 및 ‘법익 균형성 원칙’을 침해하고 있다.
또 법률적 관점에서 영미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으며, 실무적 관점에서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결정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민주당의 일련의 언론개혁 법안들은 폐기돼야 한다.
◇헌법적 관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헌법적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언론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오보에도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상적 보도조차 회피하게 되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핵심적인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또한 이 제도는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언론의 자유는 공익적 기능을 가진 기본권으로서, 이를 제한하려면 과잉금지 원칙 내지는 비례성 원칙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련의 언론개혁 법안이 침해하는 비례성 원칙은 특히 ‘침해 최소성 원칙’과 ‘법익 균형성 원칙’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침해 최소성 원칙’은 헌법재판소의 기본권 침해 여부 결정의 핵심적 기준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가짜뉴스 근절이나 허위보도 등을 ‘언론(인)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최적화되고 덜 제한적인 것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현행법의 다른 제도들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이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으로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관련 법안은 ‘법익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 언론이 실수나 검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익보도를 했음에도 N배의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침해로 비례성을 결여한 조치이다. 즉 헌법적 관점에서 언론(인)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침해 최소성 원칙’과 ‘법익 균형성 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상 ‘비례성 원칙’ 위반이다.
◇법률적 관점
법률적 관점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현행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위축효과를 예방하기 위해 영미법계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에서 밝힌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 원칙’을 확립했다. 이 판례에 의하면, 언론이 허위사실로 공직자를 명예훼손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사(발언)가 공직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악의로 작성된 것임을 공직자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는 국제표준으로 인정된다.
특히 영미법계에서 모든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는 것은 법률을 오해했거나 악의적 왜곡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하려면 입증 책임은 엄격하게 공직자 등 언론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부담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은 고의·사기·악의적 행동 등이 명백히 입증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6년 ‘BMW of North America v. Gore’ 판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비례성 원칙에 따라 제한돼야 하며, 과도한 배상은 헌법상 절차적 정당성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에서는 ‘과실책임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민법 제750조 이하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다.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징벌적 배액 배상책임을 부과하거나 중과실도 고의에 준하는 것으로 처벌·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내의 전통적인 불법행위법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행 법체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제조물책임법 등 몇몇 법률에서 규정하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원칙적으로는 과실추정이나 책임 제한 요건을 두고 있는 극히 예외적인 조항이다. ‘과실추정·고의의제(擬制)’를 대폭 확대하면 자칫 손해배상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으며, 동시에 ‘상당 인과관계’ 없이 단순 인과관계만 존재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돼 민법상 손해배상의 원칙이 몰각된다.
◇실무상 관점
민사책임의 본질은 고의·과실이라는 심리적 요소에 대한 입증을 전제로 한다. 이를 무시한 채 ‘언론보도에 의한 손해’라는 추상적 개념만으로 N배의 배상을 강제하고 고의로 의제하는 것은, 민법의 기본원칙을 뒤흔드는 위헌적인 입법권 남용에 해당한다.
민주당의 언론개혁안은 실무상으로도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결정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권력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한다면, 언론은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능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배액 배상이라는 형벌적 성격의 제재를 민사 영역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기자 개인이나 작은 언론사는 자기검열에 빠져 보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크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과도한 손해배상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보고, 사과명령·정정보도·언론자율기구 참여 등의 비징벌적 대안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정보통신망법·민법상 정정보도 청구, 손해배상 제도 등 기존 절차가 이미 매우 촘촘하게 완비돼 있어, 이 제도들을 활용하지 않고 과도한 징벌로 나아가는 것은 헌법상 적정절차 원칙에도 반한다.
결론적으로 이 법안을 계속 추진하려면 ‘침해 최소성 원칙’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이는 입법이나 국가행위를 할 때 이로 인해 기본권 제한을 당하는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가장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헌법상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는 많은 기본권 제한 방법들 중 가장 덜 불편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헌법 정신 위배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먼저 이 제도가 허위보도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유일하고 가장 효율적이며 덜 제한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한국헌법학회장
■ 용어설명
‘위축효과’란 규제나 압력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 공권력의 규제에 대한 압박감으로 언론이 자기검열을 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막음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봉쇄하는 문제가 발생.
‘과잉금지 원칙’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등 원칙으로 이뤄짐. 민주당의 징벌적손해배상 등 언론개혁안은 특히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을 해침.
■ 세줄요약
헌법적 관점: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일련의 언론개혁법안,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헌법적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 또한 ‘침해 최소성 원칙’과 ‘법익 균형성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어김.
법률적 관점: 법률적 관점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위축효과’를 예방하기 위한 영미법체계와 맞지 않아. 징벌적 손해배상을 위해서는 해당 기사(발언)가 ‘실질적 악의’로 작성된 것임을 공직자 스스로 입증해야.
실무상 관점: 언론개혁안은 실무상으로도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결정적으로 훼손할 가능성 커.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는 기본권 제한 방법들 중 가장 덜 불편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게 헌법 정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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