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 출범 90여 일 만에 정부조직개편(안)이 확정됐다. 초안은 약 두 달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됐었는데, 경제 및 예산 분야에서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변경하는 정부안(案)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개편 이유는 ‘균형적 예산편성 및 배분, 상호 견제 강화’다. 재정경제부 장관은 여전히 경제부총리로서 경제정책의 총괄·조정, 세제, 국고(결산 포함) 기능을 수행한다. 금융 분야 중 국내외 금융정책 기능을 모두 재경부로 이관해 ‘금융정책의 일관성 제고 및 금융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감독 기능만 수행하도록 축소·조정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획예산처 설치다. 기획예산처는 예산편성과 재정정책,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의 수립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정부가 설명한 ‘상호 견제 강화’는 예산, 재정, 중장기 전략 수립 기능을 기획예산처로 이관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재정정책을 갖고 있기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기능을 할 수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번 개편안과 똑같은 체제로 바꿨었는데, 그 결과 재정 및 예산 기능이 없는 재경부의 경제정책 총괄·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돼 다시 기획재정부로 통합됐다.

필자는 과거 역대 정부에서 빈번하게 이뤄졌던 정부 조직 개편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크든 작든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 공무원들의 이동도 큰 폭으로 이뤄지고 기능과 정책 관할권이 바뀌어 조직이 안정화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다못해 편지봉투와 해당 조직의 공무원들 명함부터 부처의 명칭과 로고도 모두 바뀌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 조직 개편이 최소화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대통령실이 실질적으로 재정과 예산을 마음대로 확정할 수 있어 제왕적 대통령이 황제가 됐다. 과거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확장 재정에 반대를 해왔기에 이재명 정부가 이와 같은 개편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눈엣가시인 기획재정부의 재정 및 예산 기능을 빼앗아 마음대로 확장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급증할 국가부채다. 2026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를 늘린 역대 최대 규모다. 그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1400조 원이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 이를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긴 하지만, 특히 국가부채가 높은 일본·미국 등은 모두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처지가 다르다. 게다가 우리는 공공기관 부채도 2024년 말 기준 741조 원이 넘는다. 국가부채와 공공기관 부채에 연금 및 건강보험 충당액까지 합치면 우리의 실질적 국가부채는 70∼80%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인구소멸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우리의 국가부채가 이처럼 급속히 늘어난다면 국가신용도 하락과 국가부도 사태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과도한 적자재정으로 인한 빠른 국가부채의 증가와 그 원금 및 이자까지 갚아야 할 국민, 특히 청년세대의 처지가 딱하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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