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재정을 추진하던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내각이 8일 하원 표결에서 194 대 364로 압도적 불신임을 당하며 9개월 만에 무너졌다. 전임 미셸 바르니 내각이 3개월 만에 붕괴한 데 이어 연속된 정부 혼란 사태다. 바이루는 공휴일을 이틀 폐지하고, 내년 재정적자를 440억 유로(약 71조6700억 원) 줄이는 긴축 예산안 통과에 총리직을 걸었다. “이대로 가면 지출이 더 늘고 부채 부담을 견디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의회와 국민에게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프랑스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에 달하고, 올해 말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5.4%에 이를 전망이다. 바이루는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4.6%로 낮추려다 실패했다.
정치 위기에 몰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 대신 새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프랑스는 그동안 재정 포퓰리즘이 누적돼 국가부채가 유럽에서 그리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의 복수가 시작되고 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4%로 이탈리아(3.5%)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12일 피치도 현재 AA-인 국가신용등급을 크게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도 내년 728조 원 규모의 적자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2029년 국가채무가 GDP 대비 58%에 이를 전망이다. 세금으로 갚아야 할 악성 적자성 채무가 4년간 440조 원 급증한다. 연금·복지 등 의무지출 가운데 국채 이자 지출이 9.1%로 가장 빠르게 늘어난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프랑스도 2000년대 초반까지 마스트리흐트조약을 준수하며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억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재정건전성이 무너졌다. 프랑스의 혼돈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재정 지출과 재정 수입 사이의 이른바 ‘악어의 입’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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