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9일 “3500억 달러 대미(對美) 펀드 협상이 교착 상태”라며 “합의가 안 되면 마스가(MASGA·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견이 드러나는 가운데 미국도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25→15%)를 미루고,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300여 명을 체포·구금했다. 사실상 일본은 백기를 들었다. 양해각서를 통해 대미 펀드 5500억 달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정하는 곳에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이 회수된 뒤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가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고율의 관세가 다시 부과된다. 일본 언론들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을 쏟아낼 정도다.

미국은 정부가 약속한 대미 펀드도 일본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백지수표를 달라는 무리한 요구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국인의 세금이 아니라 일본·한국 등이 내는 경제안보기금으로 미국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돈으로 국부펀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일본·유럽 업체들에 비해 매월 5000억 원의 대미 관세를 내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처럼 섣불리 합의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국은 준기축통화국인 일본과 다르다.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고, 언제든 엔화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도 1조3242억 달러로 3배나 많다. 한국은 매년 외환시장에서 조달하는 금액이 200억∼300억 달러에 그친다. 자칫 외환보유액 4162억 달러를 헐어 내줘야 할 판이다.

관세 협상은 최종 합의 문서에 서명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정부 설명대로 대미 펀드는 대출과 보증으로 구성돼야 하며 직접투자는 5% 미만에 그쳐야 한다. 유럽연합이 미국에 6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전적으로 투자는 민간기업들이 결정할 것”이라며 회색지대로 남겨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상식에서 벗어난 미국의 무차별 압박에는 최대한 버텨야 할 때이다. 지금은 협상 속도보다 국익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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