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나무가 쓰러지면

다니오 미제로키, 마치에이 미흐노 글발렌티나 고타르디 그림 | 이혜미 옮김 | dodo

아동문학에서 나무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한다. 나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생명체로서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다. 고전이나 종교에서 세계를 지켜주는 존재로 신성시되기도 하고, 생명체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공존과 순환의 공간이기도 하다.

쿵! 숲속에 거대한 너도밤나무 한그루가 쓰러지는 장면으로부터 이 그림책은 시작된다. 나무는 땅에 쓰러져 죽지만 해로운 물질을 내보내지 않고 무의미하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동식물, 버섯, 박테리아 등에 영양분과 보금자리가 돼줘 더 많은 개체가 탄생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쓰러진 나무는 공존과 순환의 장이 된다. 잎과 가지 그리고 줄기와 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햇볕 드는 곳에는 꽃이 자라고 곤충이 찾아오며, 그늘진 곳에는 이끼가 무성해지고 달팽이가 머문다. 쓰러진 나무는 새에겐 둥지가 되고, 다람쥐들에겐 창고가 된다. 아기곰들은 통나무를 굴리는 놀이터로 삼는다. 그렇게 쓰러진 나무는 쇠락해가는 사태가 아니라 융성해가는 상태처럼 보인다.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라 몸을 바꿔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다.

반듯하게 깎은 잔디, 가지런히 심은 꽃, 말끔히 치운 낙엽, 벌레를 쫓는 살충제같이 사람이 정돈한 깨끗한 정원에서는 자연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쓰러진 나무, 나무에 깃든 생물, 수북한 낙엽,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 등 나무의 생명 주기를 그대로 두기만 하면 유기적인 생태계가 이뤄진다.

쓰러짐이 꼭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걸 나무를 통해 배운다. 쓰러진 나무가 여전히 숲의 일부로서 경이로운 생명의 장을 개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같은 내용인데 섬세한 글과 그림으로 자연의 위대함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콘크리트숲에 사는 아이들에게 끝과 시작, 죽음과 생명, 부분과 전체는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40쪽, 1만8500원.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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