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지예·고승철·황주리 등 동인지 ‘큰글’ 작품집 출간
“문학계 아직 번안소설 주류
다국적 시대 맞는 가치위해
세계로 나아가는 의지 담아
소설문학의 진수 선보일 것”
“한국 소설(K-Novel)이 지구촌을 뒤덮는 날을 꿈꿉니다. 우리는 한국어, 한글로 소설을 씁니다. 전 세계 인구 1% 안팎이 쓰는, 소수의 언어죠. 그러나 한글로 소설을 쓰는 모든 이들의 꿈은 언제나 컸습니다. 저희가 한국 소설의 새로운 지평선을 넓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소설 동인 ‘큰글’ 회원들이 최근 첫 작품집 ‘개와 고양이의 생각’(생각의 창)을 펴내며 이렇게 꿈을 피력했다. ‘큰글’의 영문 이름 ‘KNGL(K-Novel Global Literature)’은 세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글꾼들의 의지 표현이다.
동인 8명의 면면은 다채롭다. 권지예, 고승철, 김용희, 양선희, 윤순례, 윤혜령, 임현석, 황주리 등. 연배, 등단 매체, 지연, 학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소설 문학의 진수를 보이겠다는 작가들이 의기투합했다. 다음 작품집부터는 사회학자 겸 소설가인 송호근 한림대 교수도 동참한다.
이들은 한국 소설 문학의 현실을 냉정히 진단한다. 지난해 말 노벨상을 품어 안았음에도 한국 소설 전반에 대한 독자의 평은 야박하다는 것이다. 국내 소설 시장은 여전히 번안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탓이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내 작가 이름이 언론에 간간이 등장하지만, 소수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평론가 김윤식 선생이 생전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문학은 다국적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한국 역사의 특수성이 세계의 보편성과 접촉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놔야 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저희 동인들이 작으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큰글’의 이런 취지에 공감해 참여한 권지예 작가는 첫 동인 작품집의 표제작을 썼다. 권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남녀가 태어나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는 긴 인생에서 갑을의 권력관계나 인생의 법칙을 시간과의 함수 관계에서 풀어내는 연작 소설의 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등단 28년 차의 중견 작가로, 문화일보에 소설을 연재한 적도 있다. 권 작가는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변화무쌍한 시대를 ‘낀 세대’로 살고 쓰는 동안에 동시대인들에게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언론·출판인 출신의 고승철 작가는 ‘큰글’ 동인 결성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그는 “문예지 편집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작하려는 소망에서 비롯됐다”고 동인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그가 문예지 ‘문학사상’ 사장을 지냈던 것에 비춰보면 아이러니하지만, 작가의 자유로움에서 큰글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그는 이번 작품집에 수록한 단편 ‘1인 출판, 2인 인생’은 굴곡 있는 삶의 여정에서 작으나마 반전을 이룬 두 인물의 이야기이다. 고 작가는 “청소년기의 추억이 가득한 도시 마산에 대한 ‘오마주’이다”라고 했다.
이번 작품집에 ‘소설, 자서전’을 내놓은 황주리 작가는 중진 화가로서도 이름이 높다. 평단과 시장에서 함께 인정받는 그는 1980년대를 풍미한 신표현주의 선구자로, 지금도 젊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문과 잡지에 연재하는 칼럼을 통해 팬층이 두터운 산문가이기도 하다. 장편 소설 2권을 펴낸 바 있는 그는 “내게 소설을 쓴다는 건 오늘을 내일로 이어가는 일”이라고 했다. 황 작가는 “쓰지 않으면, 이야기를 잇지 못하면 죽어야 하는 ‘천일야화’의 주인공 왕비처럼 계속 불안하다”며 “내가 그리는 그림도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라고 했다.
장재선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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