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학자들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 의지가 발현되는 장치가 정치이고, 사법(司法)이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으로,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권력”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면서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출권력인 국회가 ‘내란특별재판부’를 법률로 설치하면, 간접권력인 하위의 사법부는 그에 따라서 재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삼권(입법·사법·행정)의 견제와 균형을 본질로 하는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헌법재판소의 권력분립 원칙에 관한 수많은 결정과 헌법학계의 보편 이론과는 너무 동떨어진 희귀한 이야기다.
첫째, 대통령의 논리에는 중대한 헌법적 오류가 있다. 국민의 직접적인 주권적 명령(헌법의 권력분립 질서)과 선출된 4년짜리 국회의 입법의사를 동일시하는 오류다.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 아니다. 입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을 통해 직접 설정한 ‘국가 시스템의 기본설계’에 따라 ‘실행계획’을 짜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실행계획으로 기본설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법률을 헌법과 동일시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국회의 입법의사가 주권자의 헌법의사를 변경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나치의 입법독재다.
둘째, 우리 헌법은 ‘사법권(司法權)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되는 법원에 속한다’(제101조)면서,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한다.(제102조) 그러나 이때 법률로 정하라는 것은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를 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만일 후자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국회가 특정 사건의 재판부 구성과 사건의 배당에 직접 간섭하는 것이고, 이는 곧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다.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의 명령(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4년짜리 국회는 헌법이 정한 사법권의 독립과 권력분립 질서를 법률로 변경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국회의 입법권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율’을 정립하는 권한이지, 특정 사건을 겨냥한 처분적 권한이 아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안은 특정 사건, 특정 개인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다. 이는 헌법(제40조)이 정한 입법권의 한계를 명백히 넘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의 평등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만일 법률로 이것이 허용된다면, 일시적인 정치적 다수가 언제든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다수 독재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는 헌법 개정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던진 ‘선출권력 우위론’은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위험한 이론이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며(제66조), 국민 앞에 ‘헌법을 준수한다’고 엄숙히 선서(제69조)했다. 국민이 대통령의 헌법 준수 의지를 의심하지 않도록, 정치적 조율 능력을 발휘하거나 관련 법 공포안의 거부권을 행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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