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여당의 ‘내란특별(전담)재판부’설치와 대법관 증원 등 이른바 사법개혁에 반발하자, 급기야 여당 대표와 여당 소속인 국회 법사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거론하며 저질 막말까지 퍼붓는다. 대통령실까지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헌법 준수 및 수호 의지까지 헷갈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사퇴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서 조 대법원장과 ‘계엄·내란 재판’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노골적 사퇴 압박이 쏟아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간접 화법으로 그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 우위를 주장하고, “뭐가 위헌이냐”며 특별재판부 설치도 사실상 지지했다. 여당 지도부는 더욱 거칠게 사법부 공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사법 독립 훼손’에 의견을 모았고 일선 판사들도 의사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관들의 집단행동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사법 수호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SNS에 조 대법원장을 지목해 ‘사법 독립을 위해서 먼저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를 가리켜 ‘이런 자들이 사법부 독립을 말하는 건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14일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말의 논리도 품격도 황당하다.

이런 흐름은 합리적 목소리를 압도한다.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은 “내란재판부를 대법원장이 임명하면 위헌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정치권이 판사를 지정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물러섰다. 한정애 여당 정책위의장도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부에 내란 전담부를 설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들은 이런 주장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더해 여당 의원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가담 의혹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문제를 지방선거용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키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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