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북한 인권·민주화 운동의 대부 김성민 전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지난 12일 62세로 세상을 떠났다. 14일 발인식에는 유족과 탈북민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생전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일생을 바친 김 전 대표의 마지막 길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1962년 북한 자강도 희천시에서 태어난 김 전 대표는 1999년 2월 탈북해 2004년 민간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을 세워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했고, 체제 선전에 맞서 진실을 전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2008년 프랑스 국경없는기자회 ‘올해의 매체상’과 2009년 대만 민주주의기금 ‘아시아 민주인권상’, 지난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2016년 어렵게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그의 집요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발인식에서 탈북민 출신 김재원 공화당 대표는 “북한인권법 뒤에는 김성민 대표의 피 같은 노력이 있었다”고 추모했다.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를 비롯한 탈북민들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애도의 메시지조차 내놓지 않은 대통령실은 단지 한 개인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탈북민 전체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김 전 대표의 장례에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정부는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행보가 지속되면 정부는 북한의 호의를 얻는 속도보다 더 빨리 우리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평화와 협상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탈북민의 인권이 종종 ‘민감한 변수’로 취급돼 뒷전으로 밀리는 것을 우리는 수차례 봐 왔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 인권에 대한 외면이다. 통일부는 2018년부터 발간해 온 북한인권보고서를 올해는 내부용 비공개 자료로만 만들기로 하면서 북한의 인권 현실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일조차 멈췄다. 정부의 정책적 계산으로 북한 내부 주민들의 고통이 알려지기 어려운 현시점에 김 전 대표의 빈자리는 더 뼈아프게 와 닿고 있다.

정선형 기자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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