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김혜랑(리아킴) 한국안무저작권협회 회장·원밀리언 대표

얼마 전 정부가 문화 역량을 키우겠다는 뜻을 밝히며, 박진영 씨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대중문화교류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세운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랫동안 무대와 대중 속에서 호흡해 온 창작자가 정책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정말 반갑게 생각한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된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필자는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내가 만든 이 작은 움직임 하나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춤은 단순히 즐기는 오락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그 시대 사람들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는 특별한 언어라고 믿는다. 최근 들어 문체부를 중심으로 춤과 안무의 권리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체계적으로 제도화되어 무대 예술 창작자들의 권리가 충실히 보장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무대에서 흘린 땀과 시간, 그리고 성과가 세계 무대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남긴 발자취이자, 다시 무대에 설 용기를 주는 힘이다. 권리가 존중받을 때 창작자는 더 큰 도전과 실험을 감행할 용기를 얻게 된다. 안무저작권을 포함해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곧 K-문화의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춤이 단순한 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호흡과 리듬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듯, 문화정책도 산업 발전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특성을 담아야 한다. 산업적 성과는 필요하지만, 예술적 맥락과 함께할 때 비로소 오래 살아남을 힘을 얻는다. 박자만 맞고 리듬을 잃어버린 춤이 감동을 줄 수 없듯, 정책도 예술처럼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세계 여러 나라가 저작권을 문화 부처에서 다루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는 저작권이 단순한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창작적 표현을 연결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춤은 춤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음악, 무대, 영상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함께할 때 비로소 더 큰 감동을 만들어낸다. 각기 다른 창작 표현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듯, 저작권은 이러한 다양한 창작물이 존중받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된다. 저작권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상상력, 몸짓과 목소리에서 비롯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본질을 잊지 않을 때 제도는 살아 있는 힘을 발휘한다. 문화예술의 특성을 존중하는 정책일수록 국민의 공감을 얻고, 세계와도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

필자 역시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이 있다.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며,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열어주기를 바란다.

또, 지금처럼 K-콘텐츠가 글로벌 무대를 활발히 누비는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저작권 정책이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문화 무대를 든든히 뒷받침해주기를 기대한다. 문화는 무대 위의 호흡처럼 살아 있어야 한다. 창작자가 존중받고 대중이 함께 즐기는 문화야말로 우리 사회를 오래도록 움직이게 하는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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