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서민에게 15.9% 고금리는 잔인하다”고 발언한 뒤 여권 전반에 금융 포퓰리즘이 번지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소득자에게 고금리는 역설적”이라며 “금융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경제 정의”라고 주장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얄팍한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냉철한 구조적 해법이다. 차등 금리를 복지정책처럼 포장하면 신용 질서가 뒤흔들리게 된다.

진단부터 잘못됐다. 대통령이 거론한 고금리는 신용 하위 10%에 10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이다. 이 상품은 매월 출시와 동시에 한도가 동나고, 이용자들은 “15.9% 금리에라도 빌릴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 입을 모은다. 공적 기관이 대신 갚는 대위변제율이 53.5%에 달해 재원 3000억 원이 갈수록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대표적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도 예외가 아니다. 공급 규모를 올해 11조8000억 원으로 늘렸지만 대위변제율이 25%로 치솟으며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금융은 정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지난해 286만 명에게 신용사면을 해줬지만, 이들이 다시 빌린 38조 원 가운데 74%가 연체 상태다. 정부는 연말까지 갚으면 또 연체 기록을 삭제해줄 방침이지만, 저축은행업계는 “위험 식별이 어려워져 현재 9%인 연체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걱정한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도입한 연 1% ‘극저신용대출’도 연체율이 30%대 후반에 달했다.

해법도 잘못됐다. 휴면예금과 은행 출연금에 의존하는 서민금융진흥원에 부담을 떠넘기는 분위기다. 여권은 “저소득자에 고금리”라며 은행들을 압박하지만, ‘저신용자에 저금리’라면 도덕적 해이만 판치게 된다. 2003년의 카드 대란을 기억해야 한다. 차라리 올해 13조2000억 원의 소비쿠폰을 10% 줄여 새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저신용특례보증과 햇살론에 1조3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저소득자의 금리 부담을 덜어줄 현실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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