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지난 16일 하늘의 별이 된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레드퍼드(89)의 부고 기사 중에 뉴욕타임스의 ‘밥 우드워드가 기억하는 로버트 레드퍼드’에 시선이 멈췄다. 레드퍼드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에서 워싱턴포스트의 젊은 기자 우드워드 역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5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왔다고 한다. 신문은 우드워드(82)가 오랫동안 레드퍼드와 나눈 대화들을 전했다. 우드워드는 레드퍼드를 ‘진실을 찾기 위해 싸운 고귀하고 원칙적인 선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했다. ‘세상을 더 좋고, 더 공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플랫폼을 사용한 방식 때문’이란다. 영화배우·감독·제작만이 아니라 독립영화 대부,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에 대한 평가였다.

우드워드는 “지난 10년 동안 이 나라의 상황에 대해 그와 여러 차례 인터뷰했고, 허락을 받아 녹음했다”면서 몇 토막을 소개했다. “2021년 새해를 맞는 전야에 레드퍼드는 며칠 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다시 봤다면서 ‘실제로 변한 것이 거의 없다는 데 깜짝 놀랐다. 닉슨은 더 이상 없지만, 트럼프가 있다’고 했다.” 그 대화를 나눈 며칠 뒤인 1월 6일 미 의회에서 폭동이 벌어졌다. 레드퍼드는 “우리는 스스로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고 부를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서 미분열국(Divided States of America)으로 표현했다.

2022년 9월엔 우드워드가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하자 레드퍼드는 “그(트럼프)는 그것(민주주의)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파괴하는 것은 쉽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라고도 했다. “자유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 자유에 집중할 때는 독립에도 집중하게 된다.” 우드워드가 전한 레드퍼드의 이야기는 아직도 긴 여운이 남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1986)와 전혀 다른 각본의 우울한 ‘아웃 오브 아메리카’ 같았다. 우리는 어떤가.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게 맞는가,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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