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다녀온 이들에게 건빵은 애증이 교차하는 대상이다. 배고플 때 허기를 달래주기도 하고 함께 들어 있는 별사탕으로 달콤함을 즐기기도 했으니 애정의 대상이 되어야만 할 듯하다. 그런데 한창나이에 솟구쳐 나올 법한 욕구를 잠재우기 위한 약이 들어 있다는 괴소문 때문에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아무리 봐도 과자인데 빵이라고 우기는 것 때문일 수도 있다. 밥을 먹을 수 없는 환경에서 밥 대신 억지로 먹어야 해서 그렇기도 하다.
빵은 밀가루를 반죽해 발효시킨 뒤 구워서 만든다. 이렇게 만든 빵은 부드럽고 촉촉한 반면 쉬이 굳어지고 상한다. 그런데 이왕 굳어질 것이라면 극단적으로 수분을 제거해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빵을 두 번 이상 구우면 함유된 수분이 거의 날아가는데 이렇게 만든 것이 건빵이다. 건빵과 비슷해 보이는 비스킷의 수분 함량이 5% 이하인데 건빵은 3% 이하이니 과자보다 더 바싹 마른 빵인 셈이다.
빵은 밀가루로 만드니 밀가루를 주식으로 삼는 지역에서 기원을 찾아야 한다. 기록을 찾아보면 놀랍게도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 후 로마, 유럽, 미국, 일본을 거쳐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이니 건빵 하나에 세계사가 농축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의 과정에서 전쟁 시 비상식량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건빵의 다른 이름인 ‘십스 비스킷(ship’s biscuit)’은 그나마 봐줄 만한데 ‘하드택(hardtack)’에 이르게 되면 오로지 단단한 것만 강조된다. 그 결과 서양에서는 판금 비스킷, 이빨 파괴자, 철판 크래커라는 별명이 붙었고 우리는 벽돌로 부르기도 한다. 건빵에 대한 미움은 맛이 없고 딱딱한 데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과자는 간식이고 빵은 주식에 가까우니 건과자보다는 건빵이 나아 보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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