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뭐든지 ‘반값’이다. 잘 찾아보면 ‘공짜’도 있다. 내국인들의 국내관광이 반값에 파는 ‘떨이’가 됐다. 이른바 ‘떨이 상품’은 악성 재고상품을 파는 거지만, 국내관광은 아예 좌판을 깔 때부터 반값이다. 식당에서, 혹은 극장 매표소에서 할인카드나 쿠폰 등을 주섬주섬 꺼내 내가 내는 돈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을 지불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 마케팅의 한 방식이라지만 제 돈 내는 사람들은 뭔가 억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손쉽게 하는 장사법이 남들보다 싸게 파는 것이다. 관광 쪽에 반값이 횡행하는 건 두말할 것 없이 ‘장사가 안 돼서’다. 이렇게라도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발상이다. 지역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옆 가게’다. 내가 이렇게 팔면, 옆 가게도 정가를 받을 수 없다. 반값의 시장교란이다.

반값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소비자가 안 낸 나머지 반값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수해나 산불 등의 자연재해 지역 여행을 위해 여행비를 깎아주는 건 적절한 정책 수단이다. 비수기에 ‘노는 객실’을 싸게 파는 것도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다. 재고 축적이 불가능해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숙박상품이니까. 그런데 상시로 누군가의 여행비 반값을, 모두가 낸 세금으로 내주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공평하고 균등한가.

처음 ‘반값 여행’을 제안한 건 전남 강진이다. 관광자원이 월등한 지자체였는데도 ‘반값’을 들고나왔다. 강진에서 시작한 반값여행이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값여행을 칭찬한 게 기름 부은 격이 됐다. 대통령 언급 직후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전국 스무 곳에서 이걸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통령 발언을 받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관광을 위해 ‘고 투 트래블’ 같은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고 투 트래블은 일본 정부가 코로나로 궤멸적 피해를 본 여행업계를 위해 시행했던 숙박비 지원 사업이다. ‘코로나 피해 지원’이라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다.

반값여행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굴까. 다름 아닌 반값여행 지자체가 고향인 타지에 거주하는 출향 인사들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 고향으로 ‘여행 간’ 출향인들은 반값 소비의 즐거움을 십분 누릴 수 있을 테니….

박경일 전임기자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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