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
수도권 인구 쏠림, 비수도권의 급격한 인구 감소,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 등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 ‘지방소멸’이 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있다. 인구 감소의 위기에 직면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답은 이제 국가유산에서 찾아야 한다.
2024년에 출범한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 체제는 국가유산의 적극적인 활용과 이를 통한 지역 발전 도모를 지향한다. 국가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산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고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다.
우선, 국가유산을 통해 지역 소멸 예방을 위한 하나의 지표인 생활인구를 늘리는 방안이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 외에도 관광과 휴양 등의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일정 기간 체류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국가유산청은 ‘우리 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세계유산 축전’ ‘국가유산 미디어 아트’처럼 다양한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방문을 유도하고, 체류를 이끌어 생활인구 유입을 달성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한 해에만 약 566만 명의 방문객이 이러한 사업을 통해 지역을 찾았고, 총 3534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또, 경주 황리단길처럼 성공적인 고도(古都) 정비 모델을 전국의 역사문화권으로 확산시키고, 유산 보존 과정에서 발생한 주변 지역의 낙후된 경관과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국가유산을 활용한 지역 특화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독특하고 풍부한 역사 문화 자원이 있지만, 그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퓌뒤푸(Puy du Fou)’ 역사테마파크와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수상 공연 사례처럼 역사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을 대표하는 매력적이고 독특한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민에게 자긍심도 심어줄 수 있다.
셋째,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국가유산을 활용한 지역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다. 지역의 국가유산을 지역민이 주도적으로 보존·활용하고, 그 국가유산이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 국가유산 마을기업 등을 지원해 지역 주민이 이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케 하고, 국가유산을 가꾸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주민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의 스타벅스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활용해 지역의 특색을 살린 성공적인 민관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다. 우리도 이러한 사례가 전국에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 국가유산 관리 전문 인력의 부족, 규제 문제 등 다양한 난관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가유산청은 지방시대위원회,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기관과 꾸준히 협력해 지역 소멸 위기를 타개할 국가유산의 새로운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열풍을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전통문화 요소들은 반가운 놀라움을 줬다. 이렇게 국가유산은 과거의 흔적만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역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미래를 열어나가는 원동력이다. 국가유산청의 정책이 지역민과 지자체 및 정부가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때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는 비로소 ‘지역 활성화’의 기회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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