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국제부장
EU 최고 복지지출 등 부채상승
교육 예산 넘어서는 이자 비용
신용등급 강등, 국채 이자 급등
재정 중독에 무조건 긴축 반대
한국도 부채 급증에 이자 상승
5년 뒤 이자만 교육 예산 육박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는 프랑스에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정부의 긴축재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역에서 벌어졌다. 프랑스 노조들이 ‘공동행동의 날’로 지정한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약 700건의 시위가 발생했고, 파리 5만5000명을 포함해 총 50만60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프랑스는 최근 9개월 사이 긴축재정을 추진하던 미셸 바르니에 총리와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잇달아 하원의 불신임으로 물러났다. 포퓰리즘에 기대는 극우 성향 국민연합(RN)과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둔 좌파연합이 긴축재정에 반대한 때문이다. 내각의 잇단 붕괴에도 프랑스 시민들과 노조들까지 시위에 나선 것은 정부가 더 이상 긴축재정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으려는 것이다.
프랑스 내 반대 목소리가 큰 것을 보면 정부가 무리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의 재정 상황을 보면 긴축재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알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프랑스 재무부에 따르면 프랑스의 정부부채는 올 1분기 기준 3조3458억 유로(약 5468조6431억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12%에 달한다. 지난 2000년 정부부채가 GDP 대비 59.7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5년 만에 빚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정부부채로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620억 유로나 된다. 이는 교육 예산(630억 유로)에 육박하는 수치인데 2년 뒤에는 부채 이자가 교육 예산을 앞지를 것으로 재무부는 전망했다.
프랑스의 부채가 급증한 원인은 지나치게 높은 복지 지출에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프랑스의 사회보장지출 규모(2023년 기준)는 GDP 대비 31.3%에 달한다. 이는 EU 27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때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 재정을 펼친 게 독이 됐다. 프랑스 재정적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GDP 대비 2∼3% 정도로 EU 기준치(3%)를 유지해왔지만, 팬데믹 여파에 2020년 8.9%까지 늘어난 뒤 기준치를 회복하지 못해 지난해에는 5.8%를 기록했다.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재정 지출을 줄이지 못할 정도로 프랑스 사회가 재정 중독에 빠진 것이다. 바이루 정부가 올해 내세운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5.4%로 EU 기준치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높았음에도 의회의 불신임 투표, 시민들과 노조의 ‘국가마비운동’(10일)에 무너진 것이 이를 입증한다.
재정위기 심화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2일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프랑스 경제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Banque de France)은 15일 ‘2025년 거시경제 중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 0.1%포인트씩 낮췄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재정 건전화가 덜 취해진다고 해서 추가적인 성장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장기간의 재정 불확실성은 가계와 기업의 보다 관망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돈을 풀더라도 경제성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프랑스보다 좋다고 보기 힘들다. 기획재정부는 장기재정전망에서 올해 GDP 대비 49.1%인 국가채무비율이 2045년에 97.4%로 2배가량 뛰고, 2065년에는 156.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채 투자자 구성과 재정위기의 관계’ 보고서에서 “부채가 일정 임계점을 초과하면 이자 부담이 추가적인 부채 증가를 초래하며 부채 규모가 통제 불가능하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채 이자율은 2030년 4.847%, 2040년 6.952%까지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KDI가 전망한 2030년 채무가 2000조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 해 나가는 이자 비용만 97조4000억 원이나 된다. 이는 올해 교육예산(98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빚이 빚을 부르는 상황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이 되도록 놔둘 것인지, 막을 것인지 선택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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