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여전히 심각한 부의 편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놓고 백인이 흑인에게 역차별당하는 사회라며 비판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백인에게 자본·토지·기업 소유권이 집중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 식민지였던 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백인에게 유리하게 제도화됐던 토지 소유, 임대법 등이 독립 이후에도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다.

남아공의 정치권력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종식 이후 국민 다수인 흑인에게 넘어갔으나, 여전히 소수의 백인이 경제적 부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7%에 불과한 백인이 남아공 토지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7년 토지 소유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남아공 농장 및 농경지의 72%는 백인 농부들이 소유하고 있는 반면, 흑인 농부 소유율은 4%에 불과하다. 나머지 24%는 다른 인종들이 차지하고 있다. 흑인 토지 소유율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였던 1980년대보다 현재 더 낮은 수준이다. 당시 흑인 소유율은 13% 수준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남아공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미비아도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이 6∼7% 내외인 백인이 전체 농지의 약 7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 서부에서는 영국 기반의 커피·차 농장 소유주와 지역 농민 간 토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민들은 20세기 초 “식민지 시절 빼앗긴 땅”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20세기 초 영국은 케냐의 가장 비옥한 토지를 ‘백색고원(White Highlands)’으로 지정하고, 원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유럽 정착민들에게 넘겼다. 현재 이 지역에는 영국계 기업들이 대규모 커피 및 차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국의 토지 재분배 정책은 실패하거나 남아공처럼 국제적 분쟁 대상이 되고 있다.

짐바브웨는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여러 차례 토지 재분배 정책을 시행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2000년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일부 백인 농지를 강제 환수해 흑인 농민에게 재분배를 추진했다.

그러나 농업 경험이 부족한 흑인들이 농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생산성이 저하되고, 외화 수입이 감소하면서 내수·수출 모두 위축됐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를 무분별하게 발행하면서 물가가 폭등했다. 2008년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200만%에 달했고, 100조 짐바브웨달러 지폐가 발행될 정도로 화폐 가치가 폭락했다. 결국 짐바브웨는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 등 외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다. 잇단 정책 실패에 토지 재분배 정책을 중단하면서 여전히 짐바브웨 인구의 0.2%밖에 안 되는 1만 명의 백인이 70% 이상의 농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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