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종종 샷 실수를 하면 ‘멀리건’이라는 구제를 받는다. 아마추어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자비라지만, 민망하게도 받으나 안 받으나 결과엔 별 차이가 없다. 실수도 실력이다. 우린 약점이나 부족한 점을 대개는 감추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강함은 나의 약함을 자랑하는 데서 오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실수의 연속인 게 우리의 삶이고 일상인데, 화가 배달래는 그것을 ‘완전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전에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완전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빔 벤더스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에 영감을 받았다는데, 영화에서의 지루함을 작가는 역동적인 나날들로 각색하고 있다.
티슈를 화폭으로 활용한 모듈들 하나하나가 하루의 기록을 상징한다. 저 심해에서 길어온 듯한 울트라마린 블루. 안료를 칠하고 다시 닦아내는 과정을 통해 일상은 완전하지 않은 날이 없다 한다. 닦아내는 행위가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실수나 약함을 감추는 것이 아니다. 삶 속의 약함을 더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