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긴급 청문회’를 상정해 통과시켰다. 당초 의제에는 없었는데, 추미애 위원장이 예고도 없이 오는 30일 청문회를 열자는 안건을 상정했다고 한다. 근거 없는 음모론에 입각해 판결 내용까지 따지겠다는 것으로, 반민주적·반헌법적 폭거로 불릴 만하다.

법사위는 이미 대선 전인 지난 5월 14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이 선거 개입’이라며 청문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최근 서영교 의원 등이 제기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4명 비밀 회동설도 따지겠다는 이유로 긴급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것이다. 청문회 계획서에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자(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절차적·법리적 규정을 위반한 불합리한 판결을 선고했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내란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지귀연 부장판사까지 ‘구속취소 결정’을 따지겠다며 증인으로 불렀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재판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는 뜻이다. 법원조직법 제65조에도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으며, 다수의 판례도 있다. 입법·행정권이 사법부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도 수두룩하다.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는 헌법 제61조 역시 사법권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임은 상식이다. 대법원장을 불러내 판결을 따지겠다는 것은 헌법 유린이다. 특히 4인 비밀회동설의 발설자인 유튜버조차 근거가 없는 ‘설’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회에서 이를 제기한 서영교 의원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했다. 입법권 남용과 사법부 독립 훼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인데, 여당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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