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난항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당혹감은 물론 일반 국민의 불안감도 커간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미국 상·하원 간사단과 만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가 한국 외환시장에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했다. 비합리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도 “한·미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 1997년 외환위기 못지 않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미국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는 표현까지 쏟아냈다.
이를 신호탄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23일 ‘한미동맹 훼손·불평등 투자 강요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적 반미 행동 돌입을 예고했다. “국민 1인당 1000만 원의 부당한 청구서”라며 “미 여행 보이콧, 미 제품 및 주식 불매 운동”까지 거론했다. 5선의 친명 중진인 김태년 의원도 “날강도식 압박”이라며 “길목을 막고 돈을 뜯어내는 깡패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은 합의문조차 필요 없을 만큼 잘 됐다”고 자화자찬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합의문으로 후속 조치와 실질적 이행이 담보되지 않으면 엄청난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현실적으로 3년4개월 안에 3500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은 무리다. 납세자 부담으로 480조 원의 천문학적 적자 국채를 발행해 미국에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느닷없이 반미 캠페인에 나선 것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여당의 반미 구호는 야당 시절의 그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상대국에 다른 비중으로 받아들여진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여론전이라 해도 섣부른 반미 선동은 금물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구체적 협상 과정부터 국가 재정에 미칠 파장까지 솔직히 공개하고 차분히 국민 이해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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