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케냐, 中지원받아 철도 건설… 말리, 러서 군사자문
아프리카는 한때 서구 열강이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던 무대였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와 미국 등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 영향력이 큰 강대국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새롭게 아프리카 내에서 힘을 키우고 있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정학의 무대로 부상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은 정치·경제적 자율성 확보와 외부 세력 간 경쟁 심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는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프랑사프리크(Francafrique)’를 기반으로 아프리카 전역에서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CFA 프랑(서아프리카 공동통화) 체제와 프랑스어권 네트워크, 서아프리카 군사기지 주둔 등을 통해 ‘식민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유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반(反)프랑스 정서와 잇따른 쿠데타로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했고, 프랑스가 주도해 온 대테러 군사작전 ‘바르칸 작전’도 사실상 종료됐다. 이에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프랑사프리크’ 질서가 ‘탈식민’을 내세운 구호에 의해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역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개발원조기관인 미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아프리카 대상 외교·개발 지원이 위축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말라위에서는 ‘모성·영아 건강 증진 프로젝트’가 중단돼 예방접종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진 등 필수 보건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고, 동아프리카(탄자니아·우간다 등)에서는 미국의 에이즈 긴급구호계획(PEPFAR) 지원이 끊기면서 영유아 HIV 감염과 원치 않는 낙태 사망이 늘어나 인도적 위기로 이어졌다는 보고도 나왔다.
이 같은 공백은 중국과 러시아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케냐 철도(SGR) 건설을 비롯해 탄자니아·에티오피아·앙골라에서 도로·항만·발전소 인프라를 구축했고, 최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에 태양광 패널 공장을 세우며 신재생에너지 분야로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군사·안보 분야에서 발 빠르게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테러 대응을 위해 러시아 군사 자문단을 받아들였고, 바그너 그룹을 대신한 ‘아프리카 코르프(Africa Corps)’가 주둔하며 사실상 안보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인프라 개발이라는 단기 성과 뒤에는 부채 증가와 경제 의존 심화라는 구조적 위험이 자리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프리카의 인프라 개발이라는 단기적 성과 뒤에 부채 및 전략적 의존을 수반하는 비대칭적 관계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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