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레스피기, ‘보티첼리의 세 그림’
창작 영감 얻으려 박물관 찾아
‘프리마베라’ 등 작품 깊은 영감
앙상블 형태 소규모 실내악 작곡
당시 유행 신고전주의서 영향
클래식 음악 중에는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된 작품들이 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는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바다의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담은 작품 ‘바다, 3개의 교향적 스케치’를 작곡했다.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중에도 그림에 영감을 받아 음화(音화)화시킨 이가 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는 단순히 그림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작품 속에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함께 담아내었으니 바로 ‘보티첼리의 세 그림’이란 작품이다.
20세기 이탈리아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레스피기는 유독 조국의 문화를 사랑했던 작곡가이다. 흔히 ‘로마 3부작’으로 일컫는 3개의 교향시는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인데 각각의 작품들은 로마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그로부터 얻게 된 감상들을 음악으로 표현해 낸 20세기의 걸작들이다.
그 첫 번째 작품인 ‘로마의 분수’는 1917년 초연된 작품으로 로마의 보르게세 공원과 파리올리 언덕 사이에 자리한 줄리아 계곡의 분수, 바르베리니 광장의 트리톤 분수, 로마 시내의 트레비 분수, 핀초 언덕에 위치한 빌라 메디치의 분수를 작품의 원천으로 삼아 완성되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924년, ‘로마의 소나무’란 작품을 발표하게 되는데 로마의 네 곳에 있는 ‘보르게세 공원의 소나무’ ‘카타콤베 근처의 소나무’ ‘자니클로 언덕의 소나무’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를 모티브로 4악장으로 구성된 관현악곡을 완성했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로마의 축제’는 1928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레스피기는 ‘키르켄세스’ ‘오순절’ ‘10월의 축제’ ‘주현절’로 구성된 4악장의 작품 속에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현대 로마에서 열렸던 축제의 분위기를 관현악으로 생생하게 묘사해 냈다.
레스피기가 47세가 되던 해인 1927년 그는 미국의 저명한 음악 후원가, 특히 실내악 작품에 경도되어 있던 엘리자베스 스프라그 쿨리지로부터 새로운 실내악 작품 하나를 써 줄 것을 의뢰받게 된다. 레스피기는 창작의 영감을 얻기 위해 피렌체에 위치한 우피치박물관을 방문했고 그곳에 걸려 있던 보티첼리의 대표작 ‘프리마베라(봄)’ ‘동방박사의 경배’ ‘비너스의 탄생’ 등 세 작품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레스피기는 전작인 ‘로마 3부작’에서 보여주었던 대규모 오케스트라 대신 앙상블 형태의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실내악곡으로 작곡했는데 이는 당시 음악계의 큰 물결이었던 신고전주의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레스피기는 전통의 관현악 기법을 사용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당시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음악기법들을 녹여내었던 것이다. ‘보티첼리의 세 그림’은 레스피기의 예술작품에 대한 사랑과 그의 탁월한 관현악 작법을 통해 보티첼리의 그림에 새로운 생명력과 예술혼을 불어넣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레스피기의 ‘보티첼리의 세 그림’은 1927년 완성되었으며 작품의 초연은 같은 해 9월 오스트리아 빈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레스피기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전체 3악장으로 1악장 ‘프리마베라(봄)’. 르네상스 시대의 춤곡을 연상케 한다. 2악장 ‘동방박사의 경배’. 고대 성가인 ‘오소서 임마누엘’의 선율을 차용해 신비감과 엄숙함을 자아낸다. 3악장 ‘비너스의 탄생’. 물결치는 바다의 빛과 소리를 첼레스타의 섬세한 음색으로 공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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