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기댄 모든 것

마쓰모토 도시히코·요코미치 마코토 지음│송태욱 옮김│김영사

“헤이, 도시! 저는 의존증 환자입니다. 의존증의 시작은 초등학교 3, 4학년 때 클렙마토니아, 즉 병적 도박이 생긴 일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의존해 온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술입니다.”(요코미치 마코토)

“헤이, 마코토! 저는 의존증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의존증 문제는 삶의 근본적인 어려움에 대한 응급처치에 불과하며, 문제의 본질은 술이나 약물과는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마쓰모토 도시히코)

술을 끊지 못하는 문학 연구자 마코토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도시히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지만 하나의 주제에 있어서만큼은 나름 전문가이자 당사자다. 바로 ‘그만둘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의존증(중독)에 대한 것이다.

마코토는 절도, 성(性), 과식, 알코올 등 다양한 중독 편력과 발달장애를 갖고 살지만 이를 회피하기보다 더 들여다보길 바라며 편지를 쓴다. 일본 의존증 치료계에서 권위 있는 정신과 의사 도시히코는 자신 역시 담배에 빠져 있다며 중독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 편지를 쓴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댄다. 편지를 쓰는 순간만큼은 의사-환자의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서기 위해 ‘헤이!’라고 서로를 부른다.

도시히코는 편지에서 “중독의 본질을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완화’”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또 중독 자체를 터부시하기보다 그로 인한 2차적 폐해를 줄이는 ‘위해성 감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코토는 여러 중독자가 익명으로 모인 ‘자조모임’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료들과의 연결을 통해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술·담배에서부터 게임, 쇼핑, SNS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 ‘끊을 수 없는 것’들은 이 책을 쉽사리 놓지 못하게 만든다. 304쪽, 1만8800원.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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