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법제처장

“현실에 안 맞는 법을 좀 고쳐주세요.” 법제처장이 되고 나서 다양한 현장에서 국민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는 거미줄처럼 얽힌 법의 세계에서 법에 근거한 수많은 규제와 지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경제활동을 비롯한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가 법령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은 법령의 입법 과정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그동안 법령의 제정과 개정, 그리고 정비는 법률가나 행정관료만이 다룰 수 있는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법은 깨어 있는 자를 돕는다’(Law assists the wakeful, not the sleeping)는 격언처럼 법에 따른 권리는 스스로 알고 주장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법을 알고 이해하며,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힘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령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법령 정비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개인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에 법제처는 법령을 찾아서 이해하고, 입법 과정에 목소리를 내는 일이 더 이상 소수 전문가들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일상적인 권리와 책임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력해 오고 있다.

그동안 법제처는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법령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부입법지원센터에서는 법령해석 요청 등을,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는 입법예고 등에 관한 정보제공과 참여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한 법령 접근성은 크게 향상된 것에 비해, 입법과정에서의 국민들의 정보 접근과 참여는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법제처는 지난 19일 ‘통합 국민참여입법센터’를 새롭게 개통해 국민의 목소리가 법령의 제정과 개정, 그리고 정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통합 국민참여입법센터는 기존 정부입법지원센터와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제공하던 기능들을 통합한 것에 더해, 장애인과 고령인 등 정보 취약계층도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웹 접근성을 강화했다.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법령 정보에 접근해 정부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은 통합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법령·행정규칙 및 자치법규의 입법예고안을 확인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생활에서 불편을 초래하는 법령에 대한 정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모호하거나 불합리한 법령에 대한 해석을 요청해 회신을 받을 수도 있고, 종전의 해석 사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웹으로도 서비스가 제공된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 하나로 법령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민국 법령은 국민의 것이다. 국민이 그 입법 과정에 쉽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될 때, 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지고 정책은 현실과 괴리되지 않으며, 국정 운영은 더 큰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통합 국민참여입법센터는 정책이 법령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법령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참여를 존중하고, 국민과 함께 정책과 법을 만들어 가는 ‘국민주권정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고, 정부는 그 주인을 섬기는 진정한 국민주권정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이 더 큰 목소리를 내어주길 기대한다.

조원철 법제처장
조원철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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