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 한국국가전략학회 회장, 前 국방대 부총장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핵무기는 이미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북한은 100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했고, 그만큼을 추가 생산할 능력까지 갖췄다고 추정된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가세해 북방 핵 3각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국가 안보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억제력만으로는 이들을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 비핵화를 성사시켜야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냉혹한 현실에 처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김정은은 “비핵화는 북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했다. 미·북 정상회담마저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하려는 속셈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핵 중단-축소-폐기’라는 단계론을 내세우지만,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의 과거 회고적 접근에 불과하다. 북한은 지난 30년간 합의를 번번이 뒤엎었고, 모든 비핵화·동결·폐쇄-봉인·불능화·폐기 약속을 내부적으로는 단순한 ‘가동 중단’으로 호도해 왔다. 따라서 우리가 ‘동결부터’라는 출발선을 인정하는 순간 북한은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인정을 받아내고, 우리는 통미봉남 전략의 희생물로 전락하게 된다. 한반도 군사 문제에 있어 당사국 지위를 잃고 주변국 취급을 받을 위험이 크다.
우리의 과제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확고한 억제력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한미 확장억제의 공조를 강화하되, 필요하면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적 핵능력 확보 중 전략적 선택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 수준의 최첨단 감시·정찰 자산 도입, 핵추진잠수함 건조 검토, 한·미 공동의 인공지능(AI) 기반 무기체계 개발 등 억제 역량의 종합적인 보강이 필요하다. 북한이 감히 핵을 사용할 수 없다는 확신을 주는 강한 억제력이 있어야 협상에서 진정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을 향해 단호히 요구해야 한다. 차기 미·북 정상회담의 목표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들의 ‘검증 가능한 완전한 핵폐기(dismantlement)’여야 한다. 동결이나 생산 중단은 북한이 시간을 벌며 핵을 숨기는 수법에 불과하다. 미국이 과거 소련과의 중거리핵폐기협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2692기의 중거리핵무기를 전면 폐기시킨 경험을 북한에도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독자적 핵무장 가능성을 지렛대로 삼아, 이번만큼은 미국이 북핵 폐기를 끝까지 책임지도록 압박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수동적인 태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우리는 미·북 간 거래에서 소외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미가 사전 조율을 거쳐 수년 앞을 내다본 ‘북한 비핵화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다. 우리가 전략의 주도권을 쥐지 못한다면, 머잖아 북한의 핵 인질이자 영원히 2등국가로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트럼프에게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동맹의 역사적 필연성을 설득해야 한다. 나아가 동맹을 안보·경제·기술·정보·문화·조선·원자력 산업까지 확장한 ‘7차원 동맹’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그래야 북·중·러의 반(反)동맹 구조를 넘어설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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