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KT광화문에 1770㎡ 화면

LG, 명동·영등포 등 설치 확대

디스플레이 신기술 경쟁 ‘치열’

 

판매 외 운영 등 부가수익 장점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조성 기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꽃이 피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꽃이 피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지난 25일 오후 서울역 내부 대합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벽면에 설치된 초대형 미디어아트 광고를 연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길이가 91m에 달하는 디스플레이에서는 병풍 모양으로 펼쳐지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 민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갤럭시 Z 플립7’ 등이 화려한 영상으로 송출돼 몰입감을 줬다. 서울역을 자주 방문한다는 한 20대 학생은 “디지털 광고판이 화려한 영상으로 보는 재미도 있고 시선을 끌기 때문에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해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곳곳이 화려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로 채워지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란 디스플레이 패널을 이용해 정보나 광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을 송출하는 전자적 홍보 수단이다. 대중들에게는 ‘디지털 간판’이라는 이름이 익숙한데, 전통적인 종이 포스터나 간판과 달리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원격 관리 제어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인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앞다퉈 디지털 사이니지를 도심 랜드마크에 공급하며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29일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리모델링을 끝낸 중구 KT 광화문 웨스트 사옥에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급했다. 사이니지의 크기만 1770㎡로 농구장 4개 크기에 달한다. 국내 주요 명소에 설치된 사이니지 중에서도 매우 큰 축에 속한다. 3D 영상과 양방향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현재는 KT 내부 콘텐츠와 상업 광고가 번갈아가면서 노출되고 있다.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대각선 방향에 있는 코리아나호텔 빌딩 외벽에는 LG전자의 초대형 LED 사이니지가 설치돼 있다. 농구장 3개 크기인 1200㎡ 규모로, 유명 아이돌과 각종 전자제품들을 홍보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맞은편 한 언론사 사옥 외벽에도 LG전자가 초대형 사이니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크기는 2950㎡에 달하며 이르면 이달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광화문 이외에도 명동 신세계백화점, 영등포구 여의도 쇼핑몰 더현대뿐만 아니라 인천의 인스파이어리조트까지 초대형 사이니지 설치를 늘리고 있다. LG전자도 명동 교원 내외빌딩, 강남구 파르나스호텔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프로풋볼리그 풋볼팀 홈구장까지 사이니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양사가 사이니지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TV와 가전 등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 사업이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부진을 겪으면서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이니지 사업은 단순 일회성 판매가 아닌, 설치·운영·콘텐츠 등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관광 명소에 설치되는 만큼 자사와 디스플레이 계열사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LED 사이니지 시장 규모는 2029년까지 연평균 약 13.4% 증가해 14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도심 속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대표적인 공간인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는 약 100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는데, 이 중 92개는 매일 밤 11시 57분부터 3분간 ‘미드나이트 모먼트(Midnight Moment)’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동시에 상영한다.

정부가 내년 3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추가로 지정한다고 밝히면서 도심 속 디지털 사이니지 각축전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6년에는 1기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K-팝 스퀘어 미디어’가 선정됐고, 지난해부터는 2기로 서울 명동과 광화문, 부산 해운대 일대가 지정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야의 신기술 활용은 물론 더 많은 ‘한국판 타임스스퀘어’와 같은 경관 조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김호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