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 단계 전기차 ‘EREV’ 주목
내연기관 엔진으로 전기 생산
1회 충전시 900㎞ 이상 주행
현대차, 2027년 신차 출시 예고
관심도 높아 시장 급성장 기대
중국에선 지난해 131만대 팔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EREV는 내연기관 엔진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1회 충전 시 900㎞ 이상 장거리 주행이 가능해 ‘중간 단계의 전기차’로도 불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올해와 내년 사이에 EREV 양산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EREV는 순수 전기차에 가깝지만 배터리가 부족할 때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하는 자동차다. 기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전기로 충전해 달리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굴리지만, EREV는 엔진이 오직 충전만 담당하고 바퀴를 돌리는 건 항상 전기모터가 맡는다.
전기차는 안락한 승차감과 환경성을 갖춘 반면, 인프라 문제로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데, EREV는 전기차 충전소가 없을 때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어 다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전기차의 편리함과 하이브리드의 걱정 없는 장거리 주행을 모두 챙긴 차인 셈이다.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EREV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7년 EREV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기존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이 작아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 GV70과 현대차 싼타페의 EREV 북미형 모델이 우선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동희 현대차 전동화개발담당 부사장은 “순수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와 EREV 기술 수준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현대차가 EREV를 발명한 건 아니지만 가장 잘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기아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하면서 이를 보완할 EREV 모델 개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 픽업은 북미 픽업 전략의 중심이고, 동시에 EREV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며 “EV만으로 시장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경우, EREV로 보완할 수 있도록 병행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EREV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EREV는 약 131만 대로, 2023년(65만 대) 대비 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중국 EREV의 대표주자인 리오토는 지난해 총 52만5000대의 EREV를 판매했고, 세레스와 창안자동차 산하 디팔은 각각 41만 대, 15만 대를 팔았다.
이 밖에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램은 하반기 EREV 픽업트럭 램차저1500을 출시할 예정이며, 포드는 대표 상용 밴 트랜짓의 EREV 버전을 2027년 전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는 글로벌 EREV 시장이 약 20%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하며 2031년 5180억 달러(약 73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EREV는 배터리 용량에 의해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제한되는 전기차와 달리 주행 중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충전하므로 내연기관차 수준의 주행거리 구현이 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여의치 않은 시장을 공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8월 3주차에 500여 명을 대상으로 ‘EREV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2%는 EREV가 국내에 출시된다면 구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EREV의 가격(전기차 보조금 적용 전 순수 차량 가격 기준)에 대해서는 48%가 기존 전기차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했다. EREV가 전기차보다 ‘300만∼500만 원 미만’가량 비쌀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37%였고, ‘500만∼700만 원 미만’(24%), ‘700만∼1000만 원 미만’(17%) 등이 뒤를 이었다. 예상 차액의 평균 금액은 567만 원이었다.
이근홍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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