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2022년 광개토 프로젝트 실시

작년 동해 7개 유망구조 제시

대왕고래는 ‘가스 없다’ 결론

 

석유공 동해 가스전 투자유치

복수 해외 메이저 입찰 ‘반전’

개발 성공땐 국부 유출 우려도

‘대왕고래’ 유망구조 1차공 시추 결과 경제성이 낮다는 분석결과가 나왔음에도 해외 오일메이저들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국내 자원 개발에 대한 지속 추진 필요성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대왕고래’ 유망구조 1차공 시추 결과 경제성이 낮다는 분석결과가 나왔음에도 해외 오일메이저들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국내 자원 개발에 대한 지속 추진 필요성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대량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제기됐던 ‘대왕고래’ 유망구조로 잘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세간에서 ‘윤석열 정부의 과대 포장’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1차공 시추를 통해서 나온 결과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동해 가스전의 또 다른 유망구조 개발에 참여해 보겠다고 나서면서 동해 가스전에 대한 탐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부정적 입장 속에 해외 업체들이 주도한 대규모 투자로 ‘잭팟’이 터질 경우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경제성 여부를 떠나 자원안보 확립 차원에서 한반도 근해에 대한 탐사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 논란도 여전하다.

1. 동해 심해 가스전이란

동해 대륙붕의 깊은 해저 지층에서 천연가스를 찾아내 상업성이 확인되면 개발과 생산으로 이어가는 것이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다. 유망 지점을 선별한 뒤 탐사 시추와 평가 시추를 거쳐 매장량을 확정하고, 이후 최종투자의사결정을 통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는 절차로 진행된다. 다만 탐사가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지질 조건, 기술 수준, 인허가와 환경·어업 영향, 자금 조달 등 복합적인 요소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실패할 가능성도 높지만, 사업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가 향후 다른 시추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 국내 대륙붕 개발 마스터플랜 ‘광개토 프로젝트’

윤석열 정부의 동해 가스전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 추진에 앞서 밑바탕이 된 것이 지난 2022년부터 실시된 국내 대륙붕 개발 중장기 마스터플랜 ‘광개토 프로젝트’다. 한국석유공사는 광개토 프로젝트를 통해 2023년 동해 심해에서 대왕고래를 비롯해 총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했다. 해양주권 확보·에너지안보 강화·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란 필요성에서 추진된 광개토 프로젝트에는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협정의 대상인 7광구뿐만 아니라 서해의 1∼2광구부터 동해의 8광구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제2의 동해가스전 발견을 통한 에너지안보 확보 목적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 포집·저장소(CCS) 확보를 위한 대륙붕 물리탐사도 병행하고 있다.

3. 주요 유망구조와 ‘대왕고래’ 시추 추진, 어떻게?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제시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총 7개의 유망구조가 제시됐다. 주로 해양 생물로 이름 붙여진 유망구조는 오징어, 명태, 대왕고래 등이 있으며 그중에서 미국 액트지오사로부터 받은 물리탐사 분석 결과 매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꼽혀 시추 대상으로까지 이어진 유망구조가 대왕고래였다. 대왕고래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돼 있으며, 가장 가까운 도시인 경북 포항시에서 동쪽으로 50㎞쯤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왕고래의 탐사 성공률은 이번 세기 최대 심해 유전으로 꼽히는 가이아나 유전의 16%보다 높은 20%로 예상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소속 웨스트카펠라호가 대왕고래 유망구조 해상에서 1㎞ 이상의 깊이로 드릴을 내려 해저 지형을 뚫고 들어가 암석을 채취하는 등 1차공 시추 작업을 실시했다.

4. 대왕고래 1차공 시추 최종 결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탄핵 사태 속에 실시된 대왕고래 1차공 시추는 작업 직후부터 기대감이 대폭 낮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이 지난 2월 1차공 시추 잠정 결과 브리핑에서 “가스 징후가 잠정적으로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서 이달 공개된 최종 분석 결과에서는 대왕고래의 사암층(약 70m)과 덮개암(약 270m) 및 공극률(약 31%) 등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지하구조 물성을 확인했으나 회수 가능한 가스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향후에도 대왕고래에 대한 추가적인 탐사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5. 오일메이저들의 투자 참여는 어떻게 진행되나?

대왕고래의 경제성이 희박하다는 1차공 시추 결과에도 불구하고 반전이 일어났다. 대왕고래 등 동해 가스전 추가 탐사를 위해 해외 투자 유치를 실시한 결과 복수의 해외 오일메이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며 투자 의향을 밝힌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미국 엑슨모빌이 입찰에 참여한 오일메이저로 거론된다. ‘경제성이 낮다’는 취지의 대왕고래 1차공 시추 결과에도 이들 글로벌 오일메이저가 동해 가스전 개발에 투자 의향을 나타냈다는 것은 대왕고래 이외의 유망구조에서 경제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BP는 이미 7광구 탐사에도 참여한 바 있다. 1991년부터 탐사에 참여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자 1993년 조광권을 반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동해 가스전 개발에 투자 의향을 내비치면서 업계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 지난해 대통령실이 동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공표하기 전부터 검증 과정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엑슨모빌도 동해 가스전 개발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6. 국내 업체들의 저조한 참여도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의 투자 의향과 달리 국내 업체들 가운데서는 동해 가스전 투자 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 차원에서 동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드라이브를 걸자 국내 유력 에너지 기업들도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회의’에 참여하는 등 관심을 나타내 왔다. 에너지 업체들뿐만 아니라 채굴한 가스를 처리·가공할 플랜트 업계와 정유·석유화학 업계, 가스전 개발에 필수적인 배관·밸브·LPG 용기 등 철강·부자재 관련 업계 등도 모두 동해 가스전으로 눈이 쏠렸다. 그러나 대왕고래 시추 결과가 비관적으로 나오면서 국내 업계의 관심은 차갑게 식은 상태다. 이재명 정부가 동해 가스전 개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해외 자본에 의해 동해 가스전 개발이 성공할 경우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7. 해외 주요 가스전 개발 사례는?

대왕고래의 경우 1차례의 시추만으로 경제성 유무의 결과를 도출하고 추가 시추를 접었지만, 사실 자원개발 업계에서 단 1차례의 시추는 제대로 된 탐사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도 대왕고래 탐사 추진 당시 최소 5차례의 시추가 필요하다고 상정했다. 유전·가스전 개발을 위해 다차례의 시추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는 노르웨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를 생산하는 노르웨이의 경우 자국 내 석유 매장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1966∼1969년까지 32공을 시추했다. 당시 결과는 ‘실패’였다. 그러나 1969년 12월 33번째 탐사 시추에서 에코피스크 유전이 발견됐다. 이후 1972년까지 인근에서 5개 유전을 추가로 발견하면서 총 140억 배럴의 석유가 발견됐다.

8. 동해 가스전 개발 시 경제 효과, 얼마나?

대왕고래에 대한 1차공 시추 결과가 비관적으로 나온 현재로서는 요원한 내용이지만, 동해 가스전 개발에 성공할 경우 경제 효과나 국내 기업 기대 수혜는 천문학적이다. 당초 예상됐던 최대 140억 배럴의 매장량에 대해 당시 정부가 추정한 가치는 2000조 원을 웃돈다. 또 이 같은 매장량을 확보할 경우 한국은 브라질(127억 배럴)을 앞서는 세계 15위의 석유 매장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또 생산이 이뤄지면 생산 지속 기간은 약 30년으로 예상됐다. 현재 한국이 석유·가스 소비량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연간 수십조 원의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이어 가스전 개발을 위한 탐사, 시추, 해양플랜트, LNG 인프라 등 관련 산업 전반이 활성화되면서 수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동반된다.

9. 여야 정치권 가스전 개발 예산 논쟁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사업 ‘대왕고래’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격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불확실성이 큰 사업에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삭감을 주도했고,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예산 심사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결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에너지 안보를 외면한 결정”이라며 “국민의 미래를 잘라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시추 결과가 실제로 실패로 발표되자 민주당은 “삭감이 타당했음이 입증됐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재검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10.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후위기를 신성장 기회로 삼겠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을 공약의 핵심에 올렸다. 원전은 보조적 역할로 한정하고,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보다 실용 노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다소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해외 원전 수출 추진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방향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LNG 조달 안정과 비축 확대, 수소 및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 등의 정책 반영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가 안팎에서는 글로벌 오일메이저가 동해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서 성과가 나올 경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관련 예산을 되살려 개발에 뛰어들 여지도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준희 기자, 장상민 기자
박준희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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