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경제부 차장
이재명 정부 출범 후 3개월여 만에 두 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시장은 향후 수도권 집값, 특히 아파트값 전망에 대해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이에 이번 추석 연휴를 전후해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시장과 정부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 분양 공급 확대에 획기적인 방안이 없으면 이번 상승장을 잡기는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뒤따른다. 공급 방안을 내놔도 최소 수년간은 입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각종 산업 현장 재해 안전 대책 강화로 분양 후 준공·입주까지의 간격은 더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번 정부 내에서 대출 규제나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기 어려운 만큼 실행 시기는 불문하더라도 결국 정부의 핵심 집값 대책은 부동산 세제 강화로 귀결될 것이란 예상도 무리가 아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첫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역대급’ 대출 규제로 지목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최대 6억 원 제한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보증비율 80%로 하향 조정 같은 임대차 시장 대출 규제도 포함됐다. 6·27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자 9월 7일에도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주요 골자는 시장이 바라는 민간 아파트 분양 확대보다는 공공 임대·분양 계획과 규제지역 내 주담대 인정비율(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 위주였다.
대출 규제나 공공 부문 위주의 공급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 과거 사례에서 확인된 ‘정설’이다. 이재명 정부의 두 차례 대책들 이후에도 집값은 잡힐 조짐이 없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143건으로 7월의 3946건을 넘어섰다. 6·27 대책 직후 위축됐던 매매 거래량이 다시 4000건대를 회복한 것이다. 여기에 9월 거래량 신고 건수는 이미 3478건이다. 10월 말까지인 신고 기한을 고려하면 6·27 대책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추세다. 그사이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9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서울 25개 구 중에서 24개 구의 아파트값이 ‘상승’을 가리켰다.
상황이 이렇지만, 추가 부동산 대책을 비롯해 당분간 정부가 세제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은 작다. 민생이 아직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년에 지방선거도 있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증세 정책을 쓴다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듭된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세금(세제)을 쓰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언은 번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 강남권 중심의 고가 주택시장 과열은 일반적 규제로는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했고 역대 정부들이 이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최종적으로 선택한 수단도 보유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세제 강화였다. 때마침 ‘확장 재정’ 속에 국가채무는 매년 늘어 오는 2029년에는 1789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이 아니어도 부동산 증세를 하기에는 딱 좋은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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