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올래 - (7) 부여군 ‘콩스테이’ 체험여행
11월까지 저렴하게 농촌 체험
양송이 듬뿍 올려 피자 만들고
대추·밤줍기에 고추장 담그기
허브립밤 만들기·천연염색 등
농가별로 색다른 콘텐츠 풍성
부여 = 장상민 기자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말갛게 갠 하늘 위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지난달 13일, 부여의 들녘에는 천안·대전·청주 등지에서 온 아이들 20여 명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흙냄새 가득한 농장과 백제의 문화유산, 지역 농산물로 만든 디저트를 함께 경험하는 하루 코스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이 됐다.
첫 일정은 부여군 석성면에 위치한 ‘송이송이 양송이 농장’. 어두운 재배동 안에서 하얀 눈꽃처럼 자라난 양송이를 직접 관찰한 아이들은 손끝으로 ‘아기 양송이’를 살며시 만져보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양송이를 듬뿍 올린 피자 만들기에 나서자 체험장은 활기를 더했다. 청주에서 온 김승언(10) 군은 “수프로 먹어봤을 때 맛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된 양송이가 이렇게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자라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정민호 송이송이 양송이 농장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흙을 만져보는 경험이 드물다”며 “농촌 체험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먹거리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오후에는 백제 문화의 정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국립부여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은 전시실 중앙에 놓인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앞에서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봉황이 날개를 펼치고 용이 몸을 틀며 산수와 신선상이 빼곡히 새겨진 향로의 정교함과 화려함이 강렬한 인상으로 아이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번쩍번쩍 빛나는 유물을 정말 1400년 전 옛날 사람들이 만든 거냐”는 놀라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문지후(10) 군은 “교과서에서만 나왔던 유물이라 이미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일정은 부여군 규암면의 수북로 1945카페였다. 이곳에서는 부여 특산물인 무화과를 활용한 티라미수 만들기 체험이 마련됐다. 아이들은 커피 대신 직접 녹인 코코아를 사용해 케이크 시트를 적시고 무화과와 크림을 차곡차곡 쌓아 디저트를 완성했다. 가장 어린 참가자 중 한 사람이었던 유리호(7) 군은 “일곱 살 인생에서 무화과라는 과일을 처음 먹어본다”며 “수박과 비슷한데 더 부드러운 맛”이라고 표현했다. “먹어보기 전에는 겁났는데 오늘부터 좋아하는 과일이 됐다”고 활짝 웃으며 덧붙였다. 10년 가까이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준현 수북로 1945카페 대표는 “부여에는 무화과를 비롯해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농산물이 풍부하다”며 “아이들이 디저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철 과일을 접하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정은 단순한 하루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부여군이 추진하는 지역 단위 농촌관광 브랜드 ‘콩스테이(Cong Stay)’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콩스테이 체험여행 페스타’는 오는 11월까지 이어지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농촌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됐다. 양송이 수확·피자 만들기 외에도 샤인머스캣·왕대추·밤 줍기, 표고버섯장·고추장 담그기, 쌀 오란다 만들기 같은 전통 음식 체험이 운영된다. 치즈 늘이기, 허브 립밤 만들기, 천연 염색, 목공과 원예 치유 프로그램까지 가세해 농가별 색다른 콘텐츠가 풍성하다.
또한 농가 마당을 활용한 솥뚜껑 요리, 팜다이닝, 팜파티 케이터링처럼 오감만족 미식 체험도 준비돼 있다. 아울러 아이들은 숲길 걷기, 황톳길 체험, 불멍과 미니정원 만들기를 통해 자연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프로그램 대부분은 SNS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부여 관광지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도 운영 중이다.
부여의 가을은 체험여행에만 머물지 않는다. 매년 열리는 백제문화제는 부여의 상징과도 같은 축제다. 백제 왕도인 부여와 공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퍼레이드와 야간 행렬, 전통 공연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어 국화 향 가득한 부여서동연꽃원 국화축제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에게 가을 정취를 만끽하게 한다. 농촌 체험과 역사·축제가 어우러지며 부여는 하나의 ‘가을 패키지 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짧은 하루였지만 아이들은 양송이와 무화과처럼 생생한 농산물을 만지고 맛보며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다. 또 금동대향로 앞에서 백제의 숨결을 느끼고, 축제의 설렘을 기대하며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매력으로 인해 한층 밝아져 있었다. 윤근홍(10) 군은 “오늘 하루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다시 와서 밤하늘에 별이 뜰 때까지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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