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그리그, 홀베르 모음곡 Op. 40

 

홀베르 탄생 200주년 기려

낭만적 개성과 민족정신 담아

 

노르웨이 ‘국민악파’의 거장

섬세한 음악 ‘북유럽의 쇼팽’

예전엔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북적이는 귀성길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그보단 조용한 여유가 먼저 머릿속에 그려진다. 긴 연휴가 다가오면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누군가는 홀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테지만 바쁘게 달려온 일상 속에서 이 며칠은 잠시 숨 고르기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보름달처럼 풍요로운 시간, 가을밤의 정취와 함께 마음에 쉼표 하나를 찍어줄 음악이 있다. 바로 그리그의 홀베르 모음곡이다.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는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국민 음악가이다. 그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나 체코의 스메타나처럼 자신의 음악 속에 조국의 민족정신과 선율을 담아낸 ‘국민악파’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데, 특히 그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음악 스타일 때문에 ‘북유럽의 쇼팽’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널리 사랑받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독일의 명문인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본격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다. 1861년 스웨덴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했고 그 이듬해인 1862년 그리그는 졸업과 동시에 라이프치히를 떠나 또다시 타국인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이주한다. 1864년 그리그는 코펜하겐에서 여러 음악가와 교류하던 중 같은 조국 노르웨이 출신의 작곡가인 노르로크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조국과 민족의 음악인 스칸디나비아 음악을 부흥시키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1868년에 조국인 노르웨이로 귀국해 지금의 오슬로인 크리스티아나에 정착하게 되었고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국민악파로서의 길을 걸어나갔다.

1884년의 어느 날, 그리그는 작품 하나를 위촉받게 되는데 다름 아닌 노르웨이-덴마크의 대표적인 계몽주의 작가인 루드비그 홀베르(1684~1754)의 탄생 200주년을 기리기 위한 축제를 위한 작품의 청탁이었다. 그리그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는데 작품을 현대의 감각이 아닌 200년 전 홀베르가 살았던 당시 시대의 음악풍으로 작곡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악파인 그리그의 낭만주의적 음악에 200년 전의 바로크 음악 스타일을 덧입히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그는 5악장으로 구성된 바로크풍의 모음곡을 작곡했고 제목에 “From Holberg’s Time” (Holbergs tid) 우리말로 하자면 ‘홀베르 시대에서’란 구체적 암시를 달아 자신이 의도적으로 18세기의 음악 스타일을 반영했음을 밝히고 있다.

홀베르 모음곡은 외형적으로는 바로크 모음곡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그리그 특유의 낭만적 개성과 북유럽의 민족적 정취가 짙게 배어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그리그, 홀베르 모음곡 Op. 40은 노르웨이-덴마크의 대문호 루드비그 홀베르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1884년 12월 3일, 홀베르의 고향인 베르겐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초연되었으며 노르웨이의 피아니스트 에리카 리에 니센에게 헌정되었다. 본래는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는데 공연에서 대성공을 이루자 그 이듬해인 1885년 현악합주곡으로 편곡되었고 현재는 편곡 버전이 널리 연주되고 있다. 작품은 5개의 짧은 악장으로 구성된 모음곡 형식으로 18세기 바로크 시대의 춤곡 형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 전주곡(Praeludium):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악장. 2. 사라방드(Sarabande): 느린 템포의 프랑스 바로크풍의 악상과 북유럽 정감. 3. 가보트와 뮈제트(Gavotte et Musette): 가벼운 춤곡과 노르웨이 민요풍의 선율. 4. 에르(Air): 전체 모음곡의 중심이 되는 악장. 5. 리고동(Rigaudon): 밝고 경쾌한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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