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어느 정권이든 늘 실세 그룹이 있기 마련이다. 실세와 허세를 구분하는 방법은 누가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실세 그룹을 ‘문고리 권력’이라고 한다. 청와대 시절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는 부속실만 있었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진은 청와대 내 별도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 문고리를 잡고 있는 부속실장 등이 핵심 실세로 통했다. 장관이나 비서실장도 문고리 권력이 면담이 안 된다고 하면 대통령을 못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최고 실세로 통했다. 이 전 부의장이 이 대통령의 후견인 역할을 한 데다, 이 대통령이 형의 말은 거역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사와 민원은 이 전 부의장을 통해야 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모든 일은 형(兄)을 통한다해서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을 일컬어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당시 문고리 3인방보다 힘이 더 센 사람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최순실) 씨였다. 3인방보다 더 위에 있던 최 씨는 결국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지금도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박 대통령 측근 비서 그룹을 ‘십상시(十常侍)’라고도 불렀다. 중국 한나라 말 영제(靈帝) 시절 국정을 농락한 고위 환관 10명을 십상시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최고 실세를 ‘V0’라고 불렀다. 보통 대통령을 ‘VIP’라고 부르는데 윤 대통령은 V1으로, 부인 김건희 씨는 V0라고 불렀다. 윤 대통령보다 훨씬 권력이 많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부른 것이다. 실제 김 씨가 인사·공천·정책 등에 두루 개입한 사실이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만사현통’이 최고 실세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지칭해 이렇게 부른다. 나이 학력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데다, 총무비서관 때 국회 국감 증인 신청을 여당이 필사적으로 막았다. 이것도 모자라 아예 국감 출석 전례가 없는 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증인 채택을 막는 것을 보니 대통령실 인증 실세인 셈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실세들의 말로는 썩 좋지 않다. 이번에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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