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국정감사는 국정 실태를 파악하고 입법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 부처·기관 등을 대상으로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지만,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 신분인 기업인을 국감장에 부르는 일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꼭 필요할 경우에는 진지하게 듣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지만 매년 국감 때마다 무분별하게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을 국감장에 불러 세우는 일이 반복돼 왔다. 현안 파악보다 ‘망신 주기’ 등이 벌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컸지만, 고질병이 된 게 현실이다.
추석 연휴 직후에 시작될 올해 국감에서도 기업 총수를 겨누는 구태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5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 회장을 채택한 이유는 해고된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집회와 관련한 책임경영 문제라고 한다. 그들이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되자 집회를 이어오다 회사 측 경비 인력과 충돌이 있었다는데, 이게 총수까지 불러내야 할 사안인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8일 정무위원회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계열사 부당 지원 실태 점검이 이유다. 최 회장은 같은 날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의장을 맡도록 예정돼 있다.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는 “야당 때처럼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마구잡이 신청하지는 말자”고 당부했다는데, 무엇이 진정인지 되묻기조차 의미 없어 보인다. 1일까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수만 해도 역대 최다라고 한다. 17곳 상임위 중 13곳이 의결한 증인 371명 중 기업인은 192명(중복 포함)으로, 이미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159명) 규모를 넘어섰다. 대부분 민주당이 주도한 결과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17명의 증인을 채택했는데, 모두 기업인이다. 반(反)기업 행태가 악화 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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