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잠시 잊고 있었다. 성심당 이전에 대전엔 신승훈이 있었다는 걸”
가수 신승훈이 참여한 유튜브 채널 딩고 뮤직 ‘킬링 보이스’ 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던 또 한 명의 가수가 돌아왔다. 김건모다.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모든 혐의를 벗고 6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K-팝 그룹 이전, 신승훈과 김건모, 그들이 있었다. 문화의 황금기라 불린 1990년대, 나란히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르며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대가’의 복귀에 가요계가 활기를 띤다. ‘보는 음악’이라 불리는 K-팝 일변도로 흐르던 시장에 ‘듣는 음악’이 돌아온 셈이다.
신승훈은 지난달 23일 정규 12집 ‘SINCERELY MELODIES’를 발매했다. 이후 그는 TV와 라디오, 유튜브를 넘나들며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는 후배들이 그의 내로라하는 히트곡을 다시 불렀고,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 듯한 가창력을 뽐냈다.
그 중에서도 ‘킬링 보이스’는 불과 21분여 만에 그가 왜 신승훈인지 단박에 입증했다. ‘아이 빌리브’로 시작해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그후로 오랫동안’ 등 잠시 잊고 있었던 명곡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90만 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8300개가 넘는다. “수많은 (발라드) 왕자들이 있었지만, 황제는 한 명이었다” “이런 영상 올릴 때는 재난 문자로 알림 꼭 보내주세요” “배우로 치면 톰 크루즈 같은 분임”이라는 재치있는 문자가 잇달았다.
특히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요즘 시대 청소년들도 이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고 자랐으면….” 아마도 신승훈의 노래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낸 학부모가 적은 댓글일 듯하다. 족히 40대 후반∼50대가 됐을 네티즌의 이 댓글은 신승훈이, 그리고 그가 부른 노래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멀고 험한 길을 돌아온 김건모도 다시 무대에 섰다. 그는 지난달 27일 부산 KBS홀에서 전국투어 ‘김건모.’ 부산 공연을 열었다. 김건모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 상영된 영상에서는 “잘 있었니?”, “하얀 여백이었을까, 깊은 어둠이었을까”, “이번에 찍는 건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가 될 거야”, “오늘부터 다시 1일, 다시 달려보자”라는 그의 다짐을 담은 듯한 문구가 이어졌다.
이후 무대에 등장한 김건모가 고른 첫 곡은 ‘핑계’였다. “내게 그런 핑계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라는 가사는 지난 6년 간 대중의 곁을 떠나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속내를 담은 듯했다.
김건모 특유의 위트는 여전했다. 6년 만에 돌아온 그는 “홍삼도 6년이 되면 가장 비싸고 좋은 홍삼이 된다는 거. 5년 쉬려고 하다가 1년 더 쉬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면서는 “초상권은 여러분들의 것이다. 마음껏 찍으시라”고 숱한 스마트폰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굳은 결심으로 돌아온 김건모를 위해 팬들은 그가 ‘당신만이’를 부를 때 “돌아와줘서 고마워요!”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일제히 들었다.
의연하게 ‘첫인상’,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부르며 공연을 절정으로 이끌던 그는 ‘사랑합니다’를 부르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큰일났다”며 노래를 멈췄다. “내 가슴 속 하고픈 말들을 이제서야 말해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라는 가사는 곧 그의 마음이었다.
결국 김건모는 펑펑 울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6년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렇게 신승훈과 김건모, 한 시대를 풍미했고 현 시대에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단박에 입증한 두 거장이 돌아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구하다’는 표현은 옛말이 아니다. 지금도 유효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존재 의미는 ‘추억’이 아니다. 오로지 시대를 관통해 울림과 힐링을 주는 ‘음악’이다.
안진용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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