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과 거래 재개한 면세점…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 영향

지난 1월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한 롯데면세점이 최근 보따리상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면세업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부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인 보따리상의 매출이 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에 맞춰 보따리상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보따리상 거래는 거의 없다시피 했으나 지난 6월부터 거래가 다시 발생,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의 보따리상 거래는 지난 달 수백억원 수준이었고,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석 달간 롯데면세점에서 전체 매출 중 보따리상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으로 올라왔다.

보따리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데 대부분 중국인이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하자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하늘길이 막히던 코로나19 사태 당시 국내 주요 면세점 매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당시 국내 면세점들이 재고 처리 등을 위해 정상가의 4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보따리상들에게 환급하면서 출혈 경쟁을 벌인 것이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롯데면세점의 보따리상 거래 전면 중단은 고강도 체질 개선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업계는 롯데면세점이 보따리상 거래 중단 이후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성과를 냈지만, 매출 축소가 두드러지자 업계 1위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재개를 통해 외형 확대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라, 신세계면세점이 뒤따라 보따리상 거래 중단 조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여전히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롯데면세점이 반기 만에 노선을 바꾼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보따리상 영업을 강화하고 나서면 다른 면세점들이 수수료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시장이 경쟁 과열로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오는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 면세업계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 이런 경쟁구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