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최근 반(反)좌파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뚜렷한 이념적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미국 우익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좌파와의 전면 대결’을 선언한 가운데, 베네수엘라·쿠바 같은 전통적 반미 좌파 정권과의 갈등은 심화되는 반면 아르헨티나·엘살바도르 등 우파 성향 정부와의 협력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와 쿠바에 대해 기존 제재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권·민주주의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석유·금융 부문 제재 강화를 시사했다. 또 “불법 무기·마약 밀수 차단”을 명분으로 지난달 카리브해 일대에 해군 구축함과 정찰 자산을 증강 배치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미군이 베네수엘라에서 출항한 것으로 보이는 선박을 폭격해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해당 선박을 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소속 마약 밀수선으로 규정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무고한 자국민을 희생시킨 불법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쿠바에 대해서도 ‘좌파 독재 체제’라는 프레임을 유지하며 반체제 인사 지원과 추가 제재에 나섰다. 지난 7월 미 국무부는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알바로 로페스 미에라 국방장관, 리사로 알베르토 알바레스 카사스 내무장관 등 쿠바 정권 핵심 인사와 측근들이 “쿠바 국민에 대한 잔혹한 행위에 관여했다”며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또 쿠바 군부가 운영하는 금융·상업 네트워크 ‘토레 K(Torre K)’ 등 11곳을 쿠바 제한 목록에 추가했다.

반대로 우파 성향 지도자들이 집권한 국가들과는 공조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한 아르헨티나는 ‘친미·친시장’ 노선을 내세우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은행과 IMF 지원을 통한 아르헨티나 경제 회생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에너지·핵심 광물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과도 관계는 돈독하다. 미국은 부켈레 정부의 강력한 치안 정책을 ‘범죄 조직 대응 모델’로 평가하면서, 안보 협력과 투자 유치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엘살바도르를 “중남미 내 보수주의 성공 사례”로 언급하며 정치적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을 이념에 따라 재편할 경우 좌파 정부와의 대화 채널이 단절되고, 지역 정치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베네수엘라·쿠바 제재 강화는 권위주의 약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반미 민족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좌파 견제·우파 지원 구도가 중남미의 불안정을 키우고, 결국 미국의 영향력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정지연 기자
정지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