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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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님 동상님덜. 인자부텀 온 천하에 댕김서 몽조리(모조리) 만나는 사램들마다 그간 알캐드린 복음을 전하셔야 쓰겄소.”

가장 오래된 성서 중 하나인 마가복음을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낸 서적이 화제다.

7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임의진 목사는 ‘공동번역 성경’(1997년)과 ‘개역개정판 성경’(1998년)을 바탕으로 전라남도 사투리로 마가복음을 번역한 ‘마가복음 전남 방언’(대한기독교서회)을 최근 출판했다. 이 책은 지역 언어 연구 자료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남도 사투리를 잘 표현했다.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나 강진과 해남 등에서 성장해 목회 활동을 하는 임 목사의 생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 목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목사의 아들로 자랐는데, 권사님들이나 동네 할머니들이 나를 키우다시피 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구수한 강진·해남 사투리를 배우고 자라, 사투리의 영역이 머릿속에서 폭넓게 각인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작가이기도 한 임 목사가 틈틈이 지역 언어를 정리해 모아 둔 것도 번역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임 목사가 성경을 사투리로 번역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는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때문이라고 밝혔다. 누나와 여동생이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는 “가족과 전화하거나 만나면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쓰지 않나. 우리는 퍼스트 랭귀지, 그러니까 모어를 서로 썼는데 그런 가족을 잃었다”며 “슬픔에 잠겨 있었는데, 내가 목사라서 그런지 두 누이와 나누었던 사투리로 성서가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이 책에는 사투리에 지역 정서가 잘 녹아있다. 방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각 페이지 하단에 주석도 달았고, 방언사전도 책 말미에 덧붙였다.

성경을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로 번역하는 것은 언뜻 불경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임 목사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예수님은 당시 표준말을 쓴 분이 아니다”라며 “아람어라는 갈릴리 지방의 사투리를 썼다”고 말했다. 다양한 언어,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말로 성경을 번역하는 것이 낮은 자들의 언어로 가르침을 전한 예수의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임 목사의 주장이다.

임 목사는 “요즘 교회는 밑바닥 사람들, 빈곤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위험천만하게 권력에 줄을 대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머리를 낮추어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사투리로 번역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임대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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