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
리처드 리브스 지음│권기대 옮김│민음사
지난해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내놓은 정책 제언이 화제가 됐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여아를 1년 조기입학시키자는 주장이 나왔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만은 아닌 것 같다. 계층과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이 책의 저자는 남성들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레드셔팅’이라 불리는 ‘학교 1년 늦게 보내기’를 제안한다.
책은 21세기 남성들이 처한 실질적 위기를 짚으며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아가 페미니즘에 가려진 남성 담론을 부상시키고자 한다. 남성의 학업 성취도가 확연히 떨어지고 대학 학사 취득률도 낮으며 앞으로 성장할 HEAL(건강·교육·행정·문해력) 직업에서는 남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많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멘토가 되는 선생님 가운데 남성은 극소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노력은 물론 남성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가정 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좌우 진영이 주장하는 남성성 논리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좌파는 양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는 성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우파는 남녀 문제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
저자는 유해한 남성성을 두고 비생산적인 용어라 비판한다. 이런 낙인은 온화하고 비극단적인 남성들을 극우로 유인할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남성성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킨다. 남녀갈등이 극에 달한 우리 사회에서도 ‘남성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376쪽, 2만2000원.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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